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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태실 - 훼손된 태봉산과 임시 이전된 인순공주의 태실, 김포 조강리 태실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김희태 기자 | 승인 2019.12.01 10:34

현재까지 확인된 김포의 태실 가운데 태실비와 태함의 존재가 확인된 태실은 크게 ▲김포 조강리 태실(=인순공주 태실) ▲김포 고막리 태실(=신성군 태실) ▲김포 고양리 태실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김포 고양리 태실의 경우 정상에 구덩이만 남아 있고, 태실비 역시 월곶면과 대곶면의 경계로 옮겨 세웠다가 이마저도 땅에 묻혀 현재 확인이 어렵다. 또한 과거 조사 당시 태실비의 명문은 확인되지 않았기에 누구의 태실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반면 김포 조강리 태실과 김포 고막리 태실의 경우 지금도 태실비와 태함이 남아 있고, 태주 역시 확인이 된 경우다. 특히 두 태실은 차량으로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인순공주 태실의 경우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산 57번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초 태실은 조강리 산 58번지에 있었으나, 태봉산이 훼손되면서 임시 이전된 상황이다.

■ 훼손된 태봉산과 임시 이전된 인순공주의 태실

인순공주의 태실은 조강지 맞은편에 있어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막상 현장을 도착해보면 해당 장소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연을 살펴보면 인순공주의 태실이 있던 태봉산은 허가받지 않은 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의해 훼손이 되고, 이에 따라 인순공주의 태실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공사 현장 인근에 임시 이전이 된 상황이다. 김포시에 문의해 해당 태실비의 위치를 파악한 뒤 인순공주의 태실을 찾았는데, 공사현장을 지나야 해서 알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또한 임시로 이전된 현장 역시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어 초행길에 태실비와 태함을 찾기란 쉽지 않다.

훼손된 태봉산. 훼손되기 전 산의 정상에 인순공주의 태실이 있었다.
훼손되기 전 인순공주의 태실. 사진 제공 : 김포시청

한편 현장에 남겨진 태실비를 통해 해당 태실이 인순공주의 태실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우선 태실비는 마멸이 심해 앞면과 뒷면 모두 육안 판독이 어렵다. 이에 따라 논문이나 선행자료 등에 언급된 태실비의 명문을 확인해야 하는데, 앞면의 경우 ‘왕녀??아지씨태실(王女??阿只氏胎室)’이, 뒷면에는 ‘가정이십삼년?월???계시?(嘉靖貳拾三年?月???癸時?)’이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해당 태실의 연대를 알 수 있는 가정(嘉靖)은 명나라 세종(=가정제)의 연호로, 가정 23년을 환산해 보면 1544년(=중종 39년)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해당 태실은 1544년 이전에 태어난 중종의 왕녀 가운데 한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공사현장 인근인 조강리 산 57번지로 임시 이전된 인순공주의 태실
소나무와 수풀에 가려진 태실비. 마멸이 심해 육안 판독이 어렵다.
태함의 전경
서삼릉 내 왕자, 공주 묘역에 자리한 인순공주의 묘

그렇다면 해당 왕녀는 누구일까? 기록에 등장하는 중종 왕녀들의 출생 연도를 살펴보면 ▲효혜공주 1511년 ▲의혜공주 1521년 / 부여 의혜공주 태실 ▲효순공주 1522년 ▲경현공주 1530년 ▲인순공주 1542년 ▲혜순옹주 1512년 ▲혜정옹주 1514년 / 연천 동막리 태실 ▲정신옹주 1526년 ▲정순옹주 ? ▲효정옹주 1522년 ▲숙정옹주 1525년으로 확인된다. 즉 위의 왕녀들의 출생 기록을 확인해 볼 때 김포 조강리 태실에 부합하는 인물은 인순공주인 것을 알 수 있다. 인순공주는 중종과 문정왕후 윤씨 소생의 왕녀로, 명종에게는 친동생이 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불과 4살의 나이로 요절했고, 이후 양주 진접(=현 남양주시 진접읍)에 묘가 조성되었다가 이후 이장하여 지금은 서삼릉 내 왕자, 공주 묘역에 자리하고 있다.

■ 관리되지 않은 태실의 훼손, 더 이상의 훼손을 막아야

이처럼 제 위치를 잃어버린 채 인근에 임시 이전된 인순공주의 태실을 바라보면 그 자체로 마음 한편이 짠해짐을 느끼게 된다. 사실 태실이 제 위치를 잃어버린 사례는 의외로 많다. 가장 최근에 확인한 성종의 왕녀 태실인 양주 황방리 왕녀 승복 태실의 경우 인순공주의 태실처럼 태봉산이 훼손되어 현재 태함의 경우 양주 회암사지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태실비의 경우 행방을 찾고 있는 중이다. 또한 또 다른 성종 왕녀 태실은 고양 효자동 태묘 역시 효자동 태봉의 정상에 위치했으나, 1970년대 군 부대의 헬기장 조성 작업으로 인해 태항아리가 태함이 확인되고, 태실비는 태봉 아래로 옮겨졌다. 현재 태실비는 고양시 어울림누리 내 수장고로 이전 보관 중이다.

고양 효자동 태묘의 태실비. 현재 고양 어울림누리 내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사진 제공 : 고양시청
안성 성은리 태실. 태실비와 태함은 통심마을회관 앞으로 옮겨졌다.

또한 포천 무봉리 태실이나 안성 성은리 태실처럼 산 정상에 흩어져 있던 태실 관련 석물을 마을회관 앞으로 옮겨 세워둔 형태 등 의외로 제자리를 잃어버린 태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로 인해 인순 공주 태실이 향후 어떻게 보존 조치될 것인지 우려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이렇게 보면 방치 상태라도 현장에 남아 있거나 지자체와 지역의 관심 속에 문화재로 지정된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태실과 관련해 답사와 기사를 진행하는 것 역시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에 남겨진 태실에 대해 문화재의 측면과 함께 지역의 문화콘텐츠 자원으로서 관심과 조명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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