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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 편 - 화성행궁의 신풍루와 지명으로 남은 신풍동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김희태 기자 | 승인 2020.01.12 20:35

며칠 전 전주를 다녀올 기회가 있어 한옥마을 인근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한옥마을 주변으로 길을 걷다보니 눈에 띄는 문화재가 있다. 바로 풍남문(豊南門)이다. 풍남문은 풍+남문의 합성어로, 풍(豐)은 한 고조 유방의 출신지 풍패(=풍현)을 말한다. 즉 여기서 말하는 풍은 제왕의 출신지라는 의미로, 조선의 경우 시조가 난 곳(=관향)이 전주인 이유인 까닭이다. 즉 비유의 의미로, 유방의 출신지가 풍패였기 때문이다.

전주성의 남문인 풍남문. 이름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객사인 풍패지관. 풍남문과 함께 전주의 위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조선 왕실의 시조가 난 곳을 풍패향(=풍패지향)으로 불렀던 것이고, 때문에 이러한 흔적이 전주성에 남아 있는 것이다. 풍남문은 이러한 전주의 남쪽 대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옛 전주성의 거리를 걷다 보면 객사인 풍패지관(豊沛之館)이 남아 있는데, 의미 자체는 풍남문과 같다. 그런데 전주성의 거리를 따라 걷다가 문득 수원 화성이 생각났다. 앞선 풍(豊)의 지명은 수원 화성에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화성행궁과 신풍동(新豊洞)이다.

■ 신풍동의 지명 유래가 된 신풍루, 정조는 왜 신풍루라 명명했나?

화성행궁(사적 제478호)을 방문해보면 정문인 신풍루(新豊樓)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화성행궁이 만들어질 당시 정문의 이름은 신풍루가 아닌 진남루(鎭南樓)였다. 즉 애초부터 신풍루가 아니었는데, 이후 정조에 의해 지금의 신풍루로 변경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풍은 앞서 살펴본 의미와 동일하고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신(新)이 합쳐진 말로, 신풍(新豊)은 풍패향인 전주와 같은 의미이자 동시에 새로운 고향의 의미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즉 정조에게 있어 수원 화성은 전주성에 버금간다는 의미인 것이다. 실제 성신사춘추상향축문(城神祠春秋常享祝文)에는 한나라의 고조가 세운 풍읍과 분사를 화성에 세웠다고 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당시 수원 화성의 위상에 대해 인식해볼 수 있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최초에는 진남루로 불렸다.
신풍루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조는 수원을 전주에 버금가는 위상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름의 변경은 역설적이게도 사도세자의 영우원(永祐園) 천봉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게 지금의 융릉과 건릉이 있는 화성시 안녕동의 화산에 자리한 영우원은 이후 현륭원(顯隆園)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고, 본래 화산에 있던 수원부의 읍치는 현 수원 화성의 축성과 함께 옮겨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수원 화성에 화성행궁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보통 행궁은 왕이 임시로 거처하던 장소로 목적은 크게 ▲전쟁 등의 피난 ▲온천 등의 휴양 목적 ▲선대왕의 능행 등의 목적으로 사용이 되었다. 화성행궁의 경우는 영우원 천봉의 결과로 나타났는데, 실제 정조는 재위 기간 13차례에 걸친 원행길에 나서며, 수원과 화성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겼다.

지금은 광교로 이전한 신풍초등학교. 신풍루는 이후 신풍동의 지명 유래가 되었다.

또한 신풍루는 정조의 을묘년(=1795) 원행에서 신풍루 사미가 있었던 곳으로, 원행 여섯 째 날에 당시 수원 화성 주민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었던 장소다. 특히 정조는 직접 융복을 갖추어 입고, 신풍루에 올라 주민들에게 쌀과 죽을 나누어 주었는데, 혹 시간이 일러 늦게 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쌀과 함께 따뜻한 죽을 먹이라는 당부를 남기며, 직접 죽을 맛보기까지 했다. 이러한 신풍루로 인해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신풍동의 지명 유래가 되었으며, 이후 신풍초등학교를 비롯한 지명 속에 역사의 흔적이 남기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전주에서 만난 풍남문과 풍패지관을 통해 화성행궁의 신풍루와 당시의 시대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현장으로, 혹 전주와 수원을 방문하신다면 지명에 담긴 역사의 흔적을 주목하실 것을 권해드린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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