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최근 사설을 통해 경기도가 진행하는 지역화폐 방식의 전도민 1인당 10만원씩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현금 뿌리기’, ‘무차별 지급 방식’ ‘살포’ ‘나랏빚’ 등의 악의적인 단어를 써가며 그 의미를 훼손했다.

조선일보는 전도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비난을 넘어 ‘청년 기본소득’, 무상 산후조리원, 중학생 무상 교복, 만 18세 청년의 국민연금 첫달치 보험료 지급, 청소년 버스 요금 지원 등의 복지정책에 대해서까지 비난을 해대며 돈 뿌릴 명목만 찾는다고 악담을 퍼부어 댔다. 이런 식이면 정부의 노령연금, 아동수당, 최상위계층 지원, 실업자 대책, 문화바우처 사업, 최저임금제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우리사회의 건강한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모든 복지 정책을 부정하고, 최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자본주의, 시장 만능주의를 부르짖을 판이다.

조선일보의 시각으로 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복지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북유럽 및 선진 복지국가가 저주의 대상이고, 현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려대며 나랏빚에 허덕이고,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할 아주 질 낮은 국가에 불과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선진 복지국가의 수준에 한참 부족한 우리의 복지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본주의 시장에서 파생될 수밖에 없는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의 폐해를 주목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복지나 생태 등에 대한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포퓰리스트로 규정하고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재명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는 지역화폐 방식으로 전도민에게 10만원을 지급 중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등의 언론과 유승민, 정세균 등의 정치인은 지역화폐나 전국민 지급방식 모두를 부정한다. 양측의 이러한 차이는 소상공인의 삶을 보호하고 서민경제, 지역경제를 지향하는지, 아니면 유통 및 금융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제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가치관 및 철학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지역화폐와 전국민에게 지급하고자 하는 정책의 본질은 재벌로, 중앙으로 부가 이전되는 것을 막고 중소상공인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골목상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함에 있다.

조선일보나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보편과 선별을 대립시켜 놓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을 선별해 두텁게 지원하자는 그럴듯한 식이 아니라 보편과 선별은 보완의 관계이고 함께 추진해야 할 정책방향임을 알아야 한다.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지역경제를 살리고, 그것과 아울러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 비상경제 위기 국면에서 소상공인들과 거기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버틸 수 있게 해주고, 지역경제가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가 소득 수준이나 고용 상황을 따지지 않고 고소득자나 거액 자산가, 공무원, 대기업 직원은 물론 도내 외국인 노동자 58만명에게도 똑같은 금액을 주는 무차별 지급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어대는데,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고소득자나 거액 자산가, 공무원, 대기업 직원은 물론 도내 외국인 노동자 모두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들 역시 지자체나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혜택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세금은 소득에 따라 차별적으로 내고, 혜택은 같이 고루 누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세금을 내기만 하고, 누리지 못하게 한다면 누가 세금을 내겠으며, 당연히 세금저항이 더 강력해지지 않겠는가.

조선일보나 일부 정치인이 주장하는 대로 전도민이나 전국민 대상으로 전염병 경제위기 비상시국에서 일년에 몇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재정이 크게 악화돼서 무슨 문제가 나지는 않는다. 본질은 가짜 뉴스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현재의 양극화 된 기득권체제,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 공세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의 재정상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대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에 못미치고, IMF 통계를 봐도 지난해 G20 선진국 11개 나라 가운데 국가 채무 비율이 가장 낮을 정도로 건전하고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

전도민 또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몇 차례 지급한다고 해서 이것이 감당 못할 재정부담이 아닐뿐더러 설사 국가 채무 늘어나는 속도에 의해 재정부담이 되더라도 당장 소상공인과 국민 다수가 죽어 성장잠재력을 갉아 먹는 것보다 이들을 재정으로 살리고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막아 장기적으로 재정건정성을 회복해 나가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다.

지금과 같이 모두가 힘들고 소비가 극단적으로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는 전도민, 나아가 전국민에게 일정기간 내 반드시 쓰도록 하는 소멸성 지역화폐 방식의 재난지원금 지급만이 소상공인과 거기에 고용된 노동자를 살리고, 골목상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그 놀라운 효과가 현실에서 검증되면서 마치 몇 달 동안 명절 분위기와 같은 골목 상권 활성화가 이루어졌고, 전국의 소상공인들이 가장 환영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이다.

조선일보와 일부 정치인들은 지역화폐 방식의 전도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딴지를 걸고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의 무능과 재벌편향성만 노출시킬 뿐이며, 이것이 논쟁이 되면 될수록, 현실에서 추진되면 될수록 검증에 의해 자신들만 고립될 것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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