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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데리고 잘 살아보자 ‘각자도생’
이소영 기자 | 승인 2021.05.06 08:32

강원도 횡성군 ○○면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일을 시작한 지인이 동영상을 보내왔다. 대여섯마리의 닭들이 닭장이 아닌 학교 안을 거닐고 있었다. 방목? 내겐 닭들의 ‘산책’으로 보였다. 먼지와 배설물을 날리며 거리낌 없이 누비는 것과는 달랐다. 기세등등하고 위엄있고 당당했다. 눈치라곤 보이지 않았다. 전교생이 고작 10여명이라는 공립학교. 그곳은 닭들도 학생으로 보였다. 조류독감이 왔다가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며 되돌아 갈 것 같았다.

우리집 인근 시장에서 살고있는 닭들과 비교하니, 하늘과 땅차이였다. 가두리양식마냥 1평도 안되는 닭장에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데….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죠? 저 요즘 학교 가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제 내면을 채우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여유있어 보이고요.”

도심에서 나고 자란 나는 시골학교에 대한 로망이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오래 이어지면서 시골 학교로 전학 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은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6개월에서 최대 1년간 농산어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 제도다. 이렇다 할 ‘성과’라던지 ‘결과’를 논할 시기는 아니지만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코로나가 많은 이들에게 ‘전환점’을 선물했다는 것. 요즘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을 정리했다던가 언스쿨링 등을 택한 사례도 적잖다.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는 이들도 있다. 모양새만 다를 뿐 저마다의 ‘비움’과 ‘채움’을 얻었다.

새롭게 뜨는 키워드도 나왔다. ‘각자도생’(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함). 사회경제학자 전영수 씨는 신작 ‘각자도생 사회’에서 저성장·고위험 한국 사회에서 유일한 자구책은 ‘각자도생’이라고 주장한다. 나 역시 코로나 이전에는 이 단어에 부정적이었다. 이기적인 삶의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비주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같기도 하고.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인을 향한 어설픈 책임감 대신 자기 몫의 행복한 삶으로 공동체를 지켜내자고 말한다. ‘우리’라는 어설픈 굴레에 갇힌 한국 사회의 현실. 연애부터 결혼, 출산까지 기성세대의 모든 틀을 깨부수고, 수정하자는 것이다. 양육 졸업을 선언한 청년,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중년, 자녀에게 짐이 되는 건 사양하는 뼛속부터 다른 노년까지.

시시각각 바뀌는 불확실한 미래가 계속되면서 필자는 니체의 말을 종종 떠올렸다.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 투쟁의 삶에서 마침내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한다는 마음으로 일상을 버텨냈다.

전세계는 바이러스라는 운명과 대결했다. 고독과 외로움, 의식과 무의식, 절망, 두려움, 적막함 등을 마주하며 침잠한 결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났다. 각자도생은 타인을 배척하고 연대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개인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첫걸음이다. 법정스님은 ‘나라는 존재 근원을 묻기 위해’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스님의 삶은 ‘각자도생’ 그 자체였고, 많은 이들이 스님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일상에서 선순환됐다.

올초 서초 도잉아트에서 진행한 <각자도생 展> 전시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각자도생이라는 삭막할지 모를 태도에서 역설적이게도 '나’만의 행복이 모여 결국 ‘우리’의 행복을 기대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전시 관계자의 말에 있는 ‘뼈’를 짚어보자. 코로나는 나도 몰랐던 나를 찾는 귀중한 시간을 줬다. 필자의 글쓰기 수업을 듣는 학인들은 ‘나의 소중한 물건’, ‘나의 아지트’ 등의 글감을 통해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노라고 고백했다. 지치고 힘든 시기, 건강한 의미의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보자.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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