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스린다는 건/자신과의 싸움”이라면서 “부정적 사고를/녹여줄 주인공들”을 찾아 나선 시인이 있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경기도 오산시 서동마을에 사는 양길순 시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오산시문학회> 회장인 양길순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1996년 『문예사조』로 등단하였으니 어언 26년째의 작품 활동이다. 한국문인협회, 담쟁이문학 회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에 비하면 과작(寡作)이랄 수 있겠으나,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면 그만큼 지극한 정성으로 작품을 쓰는 시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메소포타미아에 핀 꽃>을 보면 시인의 마음을 다시 한번 짐작하게 된다.

꽃이 피어오르기를
날마다 소망했어
아무튼 그랬어
기다림이 좋기만 했을까
흔들리는 마음 토닥이며
무수히 다짐했지
태양 볕을 향해
간절히 마음 모으며
꽃잎 벙글기를 기도했어
마침내

메소포타미아에 핀 꽃

작품 해설을 쓴 이원규 문학평론가도 “<메소포타미아에 핀 꽃>은 시로 쓴 시론이다. ‘간절히 마음’ 모은 기다림 끝에 ‘꽃잎’이 벙글고 인내로 빚어지는 게 시”라고 했다.

이 시집 안에는 70편의 시들이 사계절별로 나눠 수록되어 있다.

맨 앞에 실린 <둥이들의 봄>은 쌍둥이 친손 남매들의 이야기다. 둥이들의 일상은 시인 가족들에게 종합비타민 같은 기쁨과 활력을 주고 있다. 또한, 반려견의 이야기에 가슴 뭉클하기도 했으며, 남편 영일만 씨와의 사는 모습도 응석과 애교로 봐주면 재밌다. 무엇보다도 ‘서동마을’에서 사는 모습도 도심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체험이다. “서동마을 박꽃보다 환합니다”라는 <서동마을의 달>과 “참 예쁜 계절이/내게로 왔습니다”라는 <가을은 선물> 작품을 보면 그곳으로 이사 가서 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언어를 최대한 간결하게 응축해서 여백의 미를 살리며 정갈하게 시를 쓴다”는 양길순 시인의 작품들은 생활의 기록이다. 가까운 주변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 “특유의 여유로운 자세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겸손함과 소박한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시집의 말미 역시 ‘둥이’들에게 보내는 할머니의 사랑과 기도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양길순 시집, 메소포타미아에 핀 꽃, 2022년 4월, 학사넷, 128쪽, 15,000원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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