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으로 여성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행 18부 4처에서 14부 2처로 조직개편의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11일 현재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등 4부의 통폐합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주요조직개편안은 하나같이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를 통폐합하여 “가족복지부”, “평생가족복지부” 또는 “여성복지부”, “보건복지가족부”로 하자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하여 남녀평등의 촉진, 모성의 보호, 성차별적 의식의 해소 및 여성의 능력개발을 통하여 건강한 가정의 구현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남녀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책임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함을 그 기본이념으로 하는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 입법 7년만인 2001년 여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로 시작해 이제 겨우 7살이다.
여성부는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 부처 중 가장 규모가 작은 부서(1실 3국)로 출범했다. 당시 여성부는 영문 명칭인 Gender Equality가 무색한 정책목표로 첫발을 내딛었다. ‘여성들의 권익향상’, ‘남녀차별 시정’과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를 이끌어갈 여성인력의 양성과 활용으로 국가경쟁력 제고’가 그것 인데 전체 국회의원 227명중 여성의원은 5명인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제고’라는 이유가 없었으면 아마도 출범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여성부의 신설이 성평등한 사회의 실현과 정착이 아니라 노동의 유연화를 통해 자본의 이윤을 확보해야 하는 신자유주의정책의 일환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어 여성부는 출범 5년만인 2005년 6월 여성가족부로 개편된다. 이는 자본의 이윤획득을 위해 계속되는 구조조정으로 가계 빚과 빈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혼, 가출 등의 가족 해체와 대량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여성들을 또다시 공적영역의 사회참여보다 가족의 재생산노동의 1차적 역할자로 회기하는 정책으로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정책은 예산을 보면 어디에 얼마나 중점을 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1조가 넘는 여성가족부의 예산(1조 1,378억원) 중 약 92%인 1조 446억원이 보육 예산으로 쓰이고, 가족부문은 약 4%인 433억원, 여성부문은 약 3%인 325억원으로 책정되어 있고 현재도 거의 비슷하다. 여성이 보육을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라 보육정책이 여성정책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보육은 사회전체가 책임져야하는 문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여성가족부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사회적 기반 확충보다 ‘가족에 대한 복지서비스 확대’가 그 목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빈곤과 불평등,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나 다른 한편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권익과 지위가 향상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부족한 생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여성들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에 진출하면서 동시에 가족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사노동을 늘려야 하는 여성의 이중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성경제활동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여성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며 임금도 남성의 57%이다. 또한 많은 수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여성가장가구가 20%를 넘어서고 있고 5가구 중 3가구가 차상위계층* 이거나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는 등 빈곤의 여성화*가 가속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이 출산과 결혼을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 성평등하지 않은 사회적 현실이라는 진단이 있음에도 이를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여성들의 출산의 의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지금 까지 여성을 가족의 틀에 묶어놓고 모성과 사랑의 이름으로 아이와 남편을 돌보는 역할에 한정했던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여성의 공적영역 진출,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 여성의 육체와 성욕에 대한 권리 등을 요구해온 것이다. 이런 요구는 여성들만의 편의와 이해를 위한 것이 아니며, 국민의 보편적인 권리실현에 필수적인 요구이자 권리이다.
여성정책책임과제의 도임과 여성정책 수립, 정부 정책 전반에 걸친 성별영향평가 확대, 성인지 예산 제도 도입, 성별분리통계 마련 등 각종 제도적 기반 마련은 여성부의 긍정적 역할이었다. 그러나 여성정책개발원등의 연구기관은 지방공무원의 여성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가부장질서가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여려 차례 보고 한바 있다.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시행되고 뿌리내리기 전에 성평등을 위한 부서를 폐지하는 것은 삶의 현장에 있는 기층 민중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삶의 변화를 막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차제에 이명박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국민 전반이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여 자유롭고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성평등부로 근본취지에 맞게 변경하여 국민을 위한 옳은 정책의 첫발을 시원하게 내딛게 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쪹차상위계층 :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이면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잠재적 빈곤계층.
쪹빈곤의여성화 : 빈곤인구의 절대다수가 여성으로 채워지는 현상. 특히 여성가장 가구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가구가 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석윤진희(昔尹眞喜), 필명 유유(悠悠)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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