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추모공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수원특례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에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한 ‘수원시연화장 메모리얼 효(孝) 전시회’가 지난 1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이 지도하고 함께 그린 500여 점의 작품이다. 장례식장 건물로 향하는 야외 길목에 양쪽으로 걸린 그림을 보면서 산책하듯 걸어 들어가면 장례식장 입구 로비에서도 여러 점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오래 전 시골 풍경, 과거의 기억,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식, 보고 싶은 사람들, 사라진 농촌 풍습 등을 담은 그림은 투박하지만 섬세하기도 하다. 전문가 못지않은 미적 감각이나 색채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작품에 적힌 나이를 보면서 감탄하면서 감상했다.

장례식장 1층 로비를 채운 그림들은 벽면과 바닥을 이용하여 공간을 꾸몄다. 로비 바닥에 눕혀있는 그림들은 모두 낮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히 보려면 몸을 굽히고, 얼굴을 숙여야 한다. 한 점 한 점 찬찬히 보면서 스토리를 상상하게 된다. 이 같은 작품 배치는 삶의 끝에 다다랐을 때 결국 우리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전시를 열게 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은 40년간 치매미술을 통해 치매 어르신의 치료를 돕고 있다.

“크레파스로 그린 투박한 그림이지만 어르신들의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린 그림들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하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가장 행복했던 인생의 시절을 추억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담는 것은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신현옥 회장은 1991년 사비를 털어 자신의 집을 내놓아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를 시작했다. 치매로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돌보면서 터득한 방법으로 ‘치매미술치료’를 연구하는 데에 이르렀다. 그림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도화지와 크레파스만 있으면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어르신들의 옛 기억을 떠올리도록 하는 회상요법은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을 증진시킨다. 좋았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치매 증상까지 완화될 수 있다. 이런 경험과 연구 등을 바탕으로 치매 미술치료에 관한 전문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고, 대통령상 및 문화부장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전시된 작품은 십수 년 이상 계속해 오던 치매 미술 중 일부이다. 70에서 100세 가까운 노인까지 정겹게 삶의 순간을 담은 그림들이다. 치매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완치는 불가능하다. 노인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라 생각되며 서서히 속도를 늦추어가는 수밖에 없다. 노년기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지고 외로움과 우울증이 급증한다.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미술치료는 어떻게 보면 마음치료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치매 노인들의 기억력 감퇴에 도움을 준다. 인지기능 향상은 곧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과정이다.

작품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난 노인들의 그림들도 여러 점 있다. 몸은 죽어 세상을 떠났지만 혼과 영이 깃든 그림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희망을 준다. 어르신들의 삶을 모두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인간은 모두 태어나 자라고 삶을 영위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림을 통해 담아낸 인생은 애틋하고 정겹다. 일부 작품은 여성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역사성을 배우게 한다. 1층 전시장의 한쪽 벽면에는 회원들이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10점도 함께 전시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이곳에 와 작품 한 점을 보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례식으로 오셨겠지만, 장례식에 슬픔만 갖지 말고 슬픔 속에서 와닿는 작품을 마주하고 잠시나마 치유와 안정이 됐으면 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5월 31일까지다. 광교호수공원 및 연화장을 찾는 시민이 그림 감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김소라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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