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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금양계비, 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김희태(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3.08.28 10:20

2018년 6월 4일, 나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과 정남면의 경계에 있는 태봉산을 올랐다. 이유는 이곳에 있는 표석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지인으로부터 태봉산의 당제 시설을 확인하던 중 외금양계비(外禁養界碑)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외금양계비는 2006년 발간된 <문화유적분포지도:화성시>를 통해 태봉산에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와 정보는 알지 못했었다.

2018년 6월 4일, 처음으로 마주했던 외금양계비

전화로 위치를 물어가며 태봉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외금양계비를 마주했는데, 관항 1리에서 태봉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상에 세워져 있다. 외금양계비는 화강암 재질의 전면에 ‘외금양계(外禁養界)’가 새겨져 있고, 외형은 정조 능행길의 표석들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이후로도 여러 번 현장을 찾으면서 “왜 이곳에 표석을 세웠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에 대한 답은 <일성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1798년(정조 22) 2월 19일 기록에는 장용대장 조심태(趙心泰)가 원소(현륭원) 밖의 금양지인 태봉산이 헐벗은 상태임과 현륭원 영 서직수가 (태봉)산 아래 사는 신광린의 민원을 정조에게 보고했다. 또한, 원소 밖의 금양을 동계(洞契)에만 맡기는 것은 소중한 분(사도세자)을 중시하는 방도가 아니라며 본부(本府)로 하여금 산허리 아래에 금표와 표석을 새겨서 세울 것을 주청했고, 이를 정조가 따랐다. 즉, <일성록>을 통해 외금양계비를 세운 배경과 시기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외금양계비는 현륭원(顯隆園, 현 융릉)의 규모를 보여주는 자료로 주목된다. 현륭원의 경우 화소를 기준으로, 화소의 안쪽은 원역에 포함되며, 화소의 바깥쪽은 외금양지에 속했는데, 지금으로 비유하면 일종의 그린벨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부지령등록>을 보면 현륭원의 화소는 ▶안녕면 독지촌(禿旨村) ▶세람평 경유 석곶이(石串) 모퉁이를 지나 남산의 끝 ▶성황산 ▶고서문(古西門) 전석현으로 확인된다.

또한, <일성록>에는 화소의 바깥쪽인 ▶홍범산 ▶태봉산 ▶하남산 ▶상남산 ▶봉조봉 ▶노적봉 ▶독산산성 ▶양산 ▶필봉 등이 외금양지로 설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외금양계비는 현륭원의 외금양지 중 태봉산에 세워진 표석으로, 행위의 금지를 표식한 금표임을 알 수 있다. 외금양계비는 지난 2004년 처음 존재가 확인되었으며, 발견 당시 경기도 문화재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발견 이후 사실상 방치 사태에 놓인 채 비지정 문화재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화성 외금양계비의 연구와 과제> 학술 발표
외금양계비에 대한 정기 문화재지킴이 활동

외금양계비는 현재까지 왕릉 관련 금표로는 유일하게 실물이 남아 있는 사례로,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가 상당하기에 비지정 문화재로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화성시에 문화재 지정을 요청하는 민원과 외금양계비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 언론과 학술지 등에 소개했다. 또한, 2021년에 연구소가 문화재지킴이단체로 승인됨에 따라 외금양계비에 대한 정기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시작했으며, (사)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회장 오덕만)가 공모한 국고보조사업의 하나로 2022년 9월 29일에 <화성 외금양계비의 연구와 과제> 학술 발표를 진행했다.

학술 발표 과정에서 마을 주민이기도 한 시의회 장주국 주무관이 연락해와 외금양계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여러 도움을 주었다. 또한, 화성시 문화유산과의 관심 속에 몇 차례 현장을 함께 방문했고, 이후 향토문화재로 지정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23년 8월 22일, 외금양계비가 향토문화재(유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고시되었음을 안내받았다. 내가 처음 외금양계비를 마주했던 날로부터 5년, 이번 문화재 지정은 늦게나마 외금양계비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은 것이라 할만하다.

이번 사례는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있어 민관협력의 중요성과 방향성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문화재지킴이들의 관심과 역할이 필요한데, 국가나 지자체에 의해 관리가 이루어지는 지정 문화재와는 달리 비지정 문화재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부분은 민간의 참여가 필요한데, 여기에 문화재지킴이들이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문화재지킴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문화재지킴이 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경북과 경남, 충남, 충북, 평택시 등에서 문화재지킴이 조례가 지정되었으며, 경기도와 화성에서도 관련 조례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 외금양계비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민관협력이 만들어 낸 긍정적인 효과이자 보존과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지금도 방치된 수많은 비지정 문화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지킴이 활동처럼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문화재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과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쩌면 제2의 외금양계비가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희태(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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