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예정 화성사업소 건물

수원문화재단은 전시 공간으로 운영하던 행궁길갤러리를 2024년 상반기 대관을 끝으로 모집을 종료한다. 행궁길갤러리는 수원문화재단이 수원시로부터 수탁받아 화성사업소(남창동 68-5) 건물 1층에서 전시 대관 공간으로 사용했다.

화성사업소 건물은 행궁 복원 정비사업 일부에 속한다. 화성사업소 건물을 포함해서 남창동 67, 68-5, 69-2번지 내 건물을 철거하고 화성행궁 주차장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성행궁 주차장이 비좁아 주차장 이용객이 많은 불편을 겪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년 말 운영 종료한 한옥기술전시관 모습

화성사업소 여인철 주무관(031-228-4474)은 “화성사업소 건물은 2004년쯤 행궁 복원 정비사업 일환으로 매입했다”라면서 “그동안 일부는 화성사업소 사무실로 운영하고 일부는 수원문화재단에서 사용하다가 이번에 철거한다”라고 설명했다. 화성사업소는 한옥기술전시관(팔달구 장안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전시 대관공간 행궁길갤러리

행궁길갤러리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전시 대관 공간으로 운영됐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옆쪽에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문화예술 전시 공간으로 작가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지역 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하고자 수원 인근 활동하는 문화예술인과 단체, 동호회 등에 제공했다.

수원문화재단 문화예술부 박지원 차장(031-290-3552)은 “전시 대관을 최근 3년간 평균 44건 했으며, 2023년 방문객 수는 61,474명으로 월평균 5천여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그동안 수원문화재단 일부 부서가 화성사업소 건물 1층과 4층 일부를 수탁받아 사용했다. 이번에 재단 부서도 함께 이전한다.

작가에게 전시 공간 활용은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전시를 제공한다. 지역작가들의 활발한 창작활동과 전시를 통한 상호교류, 나아가 협업에 따른 공동제작은 지역공동체 의식을 긴밀하게 한다. 이를 바라보고 향유를 하는 시민들에게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이해하고 또 애정을 갖게 한다.

행궁길갤러리 최근 대관 전시 모습

최근에 전시했던 정진호(남, 팔달구 남창동) 작가는 “여기 행궁동에서 생활하며 활동한다. 매년 다양한 작가 작품을 관람하면서 작가 입장에서 영감을 얻는 장소이기도 했다”라며 “나도 용기를 내어 작년에 처음 신청하고 이전에 전시한다”라며 행궁동갤러리 철거 소식에 아쉬움을 밝혔다.

행궁동갤러리는 등록미술관이 아니지만, 예술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지역 예술인에게 동시대 미술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창작발표장을 제공함으로써 창작 의욕 고취와 수원 문화도시 환경조성의 계기를 제공했다.

대관 공간은 단순히 예술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도시 주변 환경을 미화한다. 지역주민들의 자유로운 만남의 장이며 지역 문화 거점이 되고 있다. 동행 공간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행궁길갤러리 역할이 크다.

그동안 지역 문화 자리매김 역할을 해온 행궁길갤러리를 대신할 공간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인, 문화예술단체, 동호회 등 전시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열린 공간이며 신진 예술인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건물 철거는 그동안 건물이 품고 있었던 추억과 향수와 역사도 함께 철거된다. 행궁길갤러리 철거가 아쉬운 이유다.

강남철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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