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라 협곡의 시민군들이 위험합니다.”
육군 2255부대 김 대위의 다급한 목소리가 군전용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자이라 협곡이 그들의 본거지 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마을을 지키겠다는 시민군들로는 자이라 협곡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즉시 군 부대의 출동을 명령해 주십시오.”
김 대위는 어렴풋이 적들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시가전투당시 무참히 밀렸던 적들이었지만 도심 속에 조성된 숲에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는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숲과 그들의 생활이 밀접한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이전에 자이라 협곡 주변의 시민군들이 숲을 지키겠다며 출동할 때 병 생각 없이 후방 방어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믿었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전의 무전 상황으로 보아 이미 시민군 절반은 무참히 죽었을 것으로 판단됐다.
그래서 김 대위의 목소리는 더 떨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늑장을 부리다가는 시민군 전체가 몰살 할 수도 있습니다.”
연대장의 신음소리가 무전을 통해 흘러나왔다.
“지금 출동 가능한 병력은 얼마나 되나?
연대장의 질문이었다.
“자동화화기를 갖춘 3개 중대 병력 투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응급치료를 위한 부대의 지원도 부탁드립니다.”김 대위는 다급한 보고를 마치고 출동준비를 지시했다.
김 대위가 자이라 협곡에 도착한 것은 연대장에게 출동명령허가를 받은 뒤 두 시간 뒤였다. 자이라 협곡은 도심 속에 있는 커다란 두 개산 산 사이의 S협곡이다. 협곡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산책로를 만들어 놓은 탓에 진입이 용이 했다.
김 대위가 맡고 있는 4대대 소속 3개의 중대가 모두 집결했다. 보급 부대를 뺀 나머지 부대원들이 모두 긴장해 있었다. 이미 시가지 전투에서 마주친 적들의 움직임이 사람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부대원들은 가벼운 소총 위주로 준비를 마쳤다.
자이라 협곡에서 아직 총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전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한 김 대위는 신속하게 진입 명령을 내렸다.
2중대가 협곡의 중앙을 맡고 1중대와 3중대는 2중대를 엄호하면서 척후병의 임무도 함께 맡았다.
척후를 나갔던 3중대의 보고는 암울했다. 협곡 전체적으로 민간인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또 다수의 적군 시체들이 널려 있다는 것으로 보아 생각보다 더 치열한 교전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계곡의 오른쪽에서는 여전히 총소리가 들려왔다.
김 대위는 계곡의 오른쪽으로 2중대를 보냈다. 시민군들은 자이라 계곡에 잇는 성터 유적을 방패삼아 적들과 교전중이다. 성터유적은 길에 방어선을 설치하기가 용이했다. 또 벽 안쪽으로 일부 몸을 숨길 수가 있어서 적들의 곡사화기에 대한 방어가 잘되고 있었다.
김 대위가 도착한 계곡의 오른쪽 능선은 조선시대의 성곽들이 길게 이어져 있는 지형이었다. 지형을 따라 시민군들이 몸을 보호하며 응전을 하고 있었다. 비교적 다행이었다. 그러나 서쪽은 이미 방어진이 무너진 상태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자칫 고립될 수도 잇는 상황이었다.
김 대위는 3중대에게 후방 감시를 맡기도 즉시 교전에 들어갔다. 적들의 수가 대대병력은 되어 보였다. 김 대위는 적들을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놀라워했다.
누가 보면 천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아이들의 모습을 한 적군, 그들이 빔을 쏘아대는 무기를 들고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맨 정신이라면 도저히 총을 겨눌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아이들, 그들이 어떻게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김 대위는 아직 어두운 저녁이 아님에도 조명탄을 준비시켰다. 적들이 조명탄을 매우 두려워 한다는 것을 보고 받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사”라는 구령과 함께 백 여발의 조명탄이 자이라 계곡의 오른쪽 능선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적들의 움직임이 잠시 둔화됐다. 이어진 일제사격,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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