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시국제화센터 전경. ⓒ장명구 기자

오는 6월 (주)웅진씽크빅과의 3년 계약기간 완료를 앞두고, 오산시국제화센터(구 영어마을) 폐지 방침을 밝힌 오산시와 이에 반발하는 학부모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산시는 지난해 12월 웅진씽크빅 측에 운영부진 및 각종 민원을 이유로 ‘국제화센터’ 사업을 종료할 것과 이로 인해 운영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또한 지난 4월 4일 학부모 면담에서도 오산시는 매년 6억5천만원의 예산낭비와 혁신교육지구 지정으로 인한 공교육으로의 영어정책 변화 등을 이유로 ‘국제화센터’ 폐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러한 시의 입장을 접한 학부모들은 지난달 16일 1,08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제화센터’ 운영 폐쇄 반대에 대한 진정을 시청에 접수시킨데 이어, 그동안 시청 게시판, 청와대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리며 자신들의 입장을 호소해 왔다.

급기야 ‘국제화센터 정상화를 바라는 학부모’ 30여명은 10일 오전 국제화센터 1층 강당에서 ‘오산시 국제화센터 정상운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부모들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국제화센터’ 운영사업은 그동안 건축비 51억원, 사업운용비 19억5천만원의 엄청난 예산이 투자됐다”면서 “그럼에도 오산시는 지난 3년간 정규프로그램 이용자가 정원대비 평균 54% 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이용실적을 높이기 위한 홍보나 관리, 감시가 너무나도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제화센터’ 관리부실의 책임이 오산시에 있음에도 오히려 수강생과 선생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국제화센터 정상 운영 △아이들의 교육 기회를 빼앗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교육연구시설로 지어진 ‘국제화센터’를 용도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며 “만약 용도변경을 하려면 ‘시민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오산시 교육협력과 담당 공무원은 “현재 ‘국제화센터’ 운영을 위해 해마다 시의 예산 6억5천만원이 들어가는데 투자 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면서 ‘국제화 센터’ 폐지가 시의 공식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한 “시가 모든 사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 수는 없다”며 “시는 ‘국제화센터’와 관련해서 공무원들의 심층적인 내부논의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3월 ‘국제화센터’ 활용방안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5월안에 결과가 나온다”고 밝히면서 “용역결과에 따라 ‘국제화센터’ 건물활용이 보다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수강생들과 관련해서 “그동안 시의 지원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았는데 ‘국제화센터’ 폐지 결정으로 수업이 중단되면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면서 “현재 시는 이들에게 여성회관에서 내국인 영어강사와 교실을 지원하는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현재 시가 여성회관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하는 수준으로는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측에 “‘국제화센터’ 건물의 3, 4층을 이용해 기존의 교육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여성회관을 이용할 경우 외국인강사와 셔틀버스, 교실확보 등을 충분히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제화센터’는 이기하 전 시장 당시 전국에 불어닥친 영어마을 열풍에 편승하여 중앙동 중앙대로 277 부지에 4천741.3㎡의 규모로 2009년 설립되었다. (주)웅진씽크빅이 5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물을 신축했으며, 3년 계약으로 1회 연장가능한 조건으로 운영을 맡았다. 오산시는 당시 매년 6년간 웅진씽크빅 측에 건축비 상환비 8억5천만원, 매년 운영비 6억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수강료 수입과는 별도로 오산시가 매년 운영비로 웅진씽크빅 측에 6억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국제화센터’는 지역사회에서 끊임없이 혈세낭비 지적을 받아 왔다. 오산시는 그동안 영어마을을 '국제화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경영개선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성과를 보지 못했다. 시는 매년 건축비 상환비와 운영비 합해 총 15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는데 국제화센터 운영으로 인해 혜택받는 대상의 수나 효율은 적어 결국 이번에 용도변경이라는 극약처분을 내린것으로 보인다.

‘오산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국제화센터’는 처음부터 손익분기점에 대한 고려나 투자대비 효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기하 전 시장이 영어마을 열풍을 이용하여 표를 얻을 정치적 목적으로 건립한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과거 한 정치인의 정치놀음으로 만들어진 ‘국제화센터’로 인해 현재 곽상욱 오산시 집행부와 학부모들 간 엉뚱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꼬집었다.

원동에 사는 주민 공모(45세)씨는 “시와 학부모 간 갈등이 안타깝다”면서 “다시는 정치인들의 전시행정과 시의 독주로 인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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