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복한 학교,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남도 행복하고 다 같이 행복한 동천초등학교

용인 동천동은 동막골과 원천골이 합쳐져 지금의 동천동이 되었다고 한다. 용인시에서도 비교적 외곽에 속하는 동천동의 작은 마을에 초등학교가 들어선 것은 지난 2001년 밀레니엄을 알리는 해이다. 처음 11개 학급으로 시작된 학교는 10년 사이에 19개 학급으로 늘어났으며, 특수학급을 비롯해 병설유치원도 생겨 제법 규모를 갖춘 학교가 되었다.

동천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지난 2014년 9월 부임한 김봉영 교장선생님이다. 아이들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김봉영 교장은 부임하면서 제일먼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은 일부터 몸소 실천에 나섰다고 한다.

부임 이후 김 교장은 교장선생님이라는 직위가 가지고 있는 권위 대신에 교문에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어깨위로 손을 동그랗게 만들어 “행복해야 한다.”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처음 아이들은 김 교장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생뚱맞게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자 성격이 활발한 아이들은 김 교장을 향해 뛰어와 교장 선생님과 똑같은 모습을 흉내 내며 인사를 받기 시작했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나, 아침에 안 좋은 일이 있어 시무룩한 얼굴로 등교한 아이들도 이제는 김 교장의 인사에 얼굴을 편다고 한다.


   ▲김봉영 동천초등학교 교장

‘행복한 학교, 아이들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하는 학교’는 이렇게 시작됐다. 학교 곳곳에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행복하거라”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소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형식에 얽매인 교육구호 대신 행복한 학교에서는 공부는 얼마나 즐거울까, 아이들의 수업 받는 얼굴에서 행복이 베어 나오는 듯하다.

김 교장의 방은 교장선생님이 업무를 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교장선생님 스스로 수업을 하는 방이기도 했다. 이름 모를 화초와 꽃들이 가득한 방의 한 켠 에는 수묵화를 그리다 만 흔적이 있다. 취미로 수묵화를 배우고 계신다는 김 의 말이 있었지만 다른 교실에서 학부모와 동천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이 함께 수묵화를 배우기 위해 준비해 놓은 재료들이 어지러이 있는 것을 보니 “함께 배워야 재미있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김 교장의 안내에 따라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학교를 둘러보기 위해 복도를 따라 가던 중, 학교의 앞 건물과 뒤쪽 건물을 연결한 복도의 한편으로 작은 실내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김 교장은 “누구나 연주하고 싶을 때 혹은 공연하고 싶을 때 단상에 올라와 공연할 수 있는 자율 공연장, 이곳에서는 간혹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단상에 올라 자신의 장기를 뽐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학교건물 안에 마련된 '행복학교 작은무대"

먼저 들른 곳은 보건실이다. 동천초등학교는 용인시에서 지정한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다.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란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식품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학생이 학교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를 말한다.

동천초의 보건실은 작은 학교의 보건실 정도라는 생각을 확 뒤집었다. 아이들을 임시 진찰할 수 있는 진찰대와 간이침대, 그리고 보건실 뒤편으로는 수업을 병행할 수 있는 교실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공부를 우선시 하고는 있지만 사실 국영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건강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의 보건실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활동량이 많아 타박상 등으로 보건실을 찾는 아이들이 많다”는 보건 선생님은 학교에서 거의 쉬는 시간 없이 비상대기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보건실 뒤편에 마련된 교실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보건 수업이 진행된다. 흡연 예방 교육은 물론, 성 관련 교육이 보건실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배려한 동천초등학교의 결정은 옳은 것으로 보였다.


   ▲ 동천초등학교 보건실 내부

보건실을 나와 방문한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동천초등학교의 도서관은 학교에서 장소만 제공하고 운영은 학부형이 하는 이원화 된 자율 도서관이다. 학부형들 스스로 자발적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도서관의 책임자 또한 동천초등학교 학부형 중 한명이라고 한다.

도서관자체를 학부형들이 운영하다보니 학생들과의 친밀도가 높아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로 가득 찬다는 도서관은 늘 분주하다. 사서가 없어 학부형들 스스로 사서역할은 물론 도서관의 청소까지 맡고 있는 도서관은 동천초등학교의 자랑이 될 만한 특별한 시설임에 틀림없다.


   ▲동천초등학교의 자율 도서관

도서관을 빠져나와 학교 운동장 옆 숲길을 찾아갔다. 숲길의 작은 풀하나까지도 세세히 신경 쓰는 김봉영 교장선생님의 특기 중 하나는 우리 주변의 작은 식물들에 대한 도감을 만들어 선생님들에게 보급하고, 학생들에게는 학교 주변에서 자라는 풀들의 이름과 특징을 알 수 있도록 표지목록을 만들어 교내에 배치하는 일이다.

김 교장은 “사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뭔가를 알고 설명하는 것과 모르고 설명하는 것에는 관심의 차이가 있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서 솔선수범하고 있다. 작은 일이지만 나도 행복하고 학생들도 행복해 한다. 처음 내가 나무를 심고 푯말을 달고 있자 왜 직접 하냐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은 학생은 물론 선생님들도 다들 따라서 한다.”고 설명했다. 또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일이 행복하다는 것을 더 많은 학생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자신의 교육관에 대해 설명했다.


   ▲ 행복을 배우는 학교 동천초등학교 실내 수업 모습

    ▲ 동천초등교의 한 학생이 실내에서 교장선생님을 보자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학교 숲길은 김 교장의 생명에 대한 경외와 정성이 들어갔는지 오밀조밀 잘 꾸며져 있다. 혹시나 아이들이 넘어져 다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구분되어 있었으며, 숲길을 향해 오가는 아이들의 표정 또한 맑아 보였다. 숲길에 놓여 있는 풍차 주변으로 작은 생명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한 달 후면 이곳이 꽃밭으로 변할 것이다”며 한 번 더 방문을 권유하는 김 교장선생님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숲길을 벗어나 다시 학교의 중앙에 해당하는 현관으로 들어서니 앞 건물과 뒤쪽 현관 앞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아이들아 행복하거라.”라는 김 교장의 철학이 담긴 현수막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구루 심어져 있었다.


   ▲ 학교 숲길에서 놀던 아이들이 운동장을 향해 뛰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