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미의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경기미의 판매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7천원이 오른 20kg당 5만2천원 선에 올라와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도 산하 RPC(미곡종합처리장)가 지난해 수매를 30% 가량 더 늘리고, 수매가를 평년보다 5천원 이상 더 올려준데 기인한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쌀 수매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합장들이 수매가를 올려준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수매가 현실화 목소리'가 지금의 쌀값에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농협을 중심으로 한 쌀 수매가 상승의 원인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전국 최고 고품질 쌀 이라는 모토를 내세운 경기도 농정당국의 부추김과 경기도와 인접한 일부지역(철원 오대)의 쌀값이 높게 책정되어 있자 자존심이 상한 경기도의 ‘묻지 마 수매’도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도내 RPC 간 자존심 싸움도 경기미의 가격을 올려놓은데 한 몫을 했다.
여주, 이천, 안성, 화성, 평택 소재 RPC들 간의 최고쌀 경쟁이 결국은 수매가 인상에 이은 소비자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쳐, 지금의 고가 경기미를 만드는데 기여를 했다는 후문이다. 도내 RPC가 가마당 6만원대에 이르는 높은 수매가를 책정해 소비자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 1월부터 소비자들은 타 지방쌀과 1만이상 차이나는 경기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20Kg당 경기미의 평균가격이 지방쌀보다 1만2천원이상 차이가 나자, 경기미는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대신 그 자리를 김제 일원 등에서 올라온 쌀 들이 대체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의 한 RPC관계자는 “경기미를 수매할 때 타 지역 쌀보다 5,000원이상 올려 수매하면 그 다음해 판매가 어렵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실토하며 “지금의 경기미 가격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9년 4월 30일 기준, 경기미의 판매량 감소는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용인, 이천 쌀의 재고는 전년대비 90%에 이를 정도다. 이대로 올 가을 수매까지 간다면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와 반발이 예상되기도 한다.
경기미가 안 팔리는 이유는 가격 말고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첫째 지방 쌀들의 품질고급화다. 과거에는 경기미 하면 좋은쌀 이라는 인식이 지배적 이었지만 지금의 일부 호남쌀은 경기미 보다 품질이 좋은 쌀을 생산해 내고 있으나, 가격은 경기미보다 싸다는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밥맛을 결정하는 완전미 비율(고급쌀 95%)이 경기도와 타 지방간에 격차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쌀의 품종간 풀질 및 식미 격차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으나, 경기도가 아직도 추청(아끼바레)위주의 계약재배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문제가 새로이 지적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쌀 관계자는 “한 가지 품종만을 고려한 재배는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채우기에 부족하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다 품종 계약재배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일부 이천 지방에서는 누룽지용 벼품종을 따로 재배해 납품 하면서 농민의 소득증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농협과 농정당국은 지나치게 추청(벼 품종)재배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청’이 경기도의 농사환경에 어울리는 좋은 벼 품종이며, 밥맛이 탁월하다는 것은 알지만 최근의 경기미 가격 현실을 감안 한다면 품종 다양화를 모색해 봐야하는 시점인 셈이다.
전경만 기자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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