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대구, 광주 어느 지역의 상점에서 경기미를 구입해도 같은 가격 같은 품질을 보증할 때 진정한 브랜드 쌀 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도내 어떤 브랜드 쌀도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

경기미 판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경기미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과 농림진흥재단의 안일한 대처가 판매부진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미 가격경쟁력 하락

최근의 경기미 판매부진과 살 재고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판매부진의 이유로 가장 첫손으로 꼽히는 것은 경기미의 가격경쟁력 부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08년말 경기 농협은 전년대비 14%로 증감한 수매가격으로 38%많은 쌀을 수매했다. 결국 인상된 수매가격은 고스란히 판매가격에 연결된 셈이다.
전국적인 풍년임을 감안할 때 수매가 인상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결정 이었다. 수매가 인상과 더불어 38%나 더 많이 수매했기 때문에 창고는 한계를 넘어서는 양을 보관해야만 했다.

1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수매가 결정에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경기침체가 소비자들의 비싼 경기미 외면으로 이어져 판매부진은 최악의 상황을 맞은 셈이다.
이와 관련, 경기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경기 농협의 마케팅 실패와 농정국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농업관계자들의 농협에 관한 질타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이지만 지금처럼 적나라 하지는 않았다. 일부 관계자들은 “경기미 특판 행사를 일 년 내내 해봤자 팔리지도 않는 경기미 재고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가득이나 바쁜데 특판행사 때문에 다른일도 못하는 비능률적이고 보여주기 위한 저시행정에 불과한 것이 경기미 특판 행사다”고 주장하며 실효성 없는 특판행사의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특판 행사를 하기 전에 왜 수매가를 인상했는지 경기미의 평판을 손에 쥐고 쉽게 가려는 경향은 없었는지 자기비판부터 하라는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이미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서 4월 30일 기준(농협)10만톤이 넘는 상황을 해결할 길은 없다는 것이다.

경기미 판매 전략부재

경기미의 명성에 안주 하려는 습성은 관이나 농협 민간 모두 마찬 가지였지만, 2009년 재고 파동에서 민간 RPC는 큰 문제가 없다. 이미 2008년 대풍작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쌀 수매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거리를 남겨 두지 않았다.
반면에 수요 예측을 하지 못한 농협 관계자들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5월 들어 경기 RPC 관계자들이 모여서 합숙논의 까지 했다는 대책은 특판활동 강화에 불과하다. 경기미를 팔겠다는 구체적인 대안은 단 한 개도 없는 셈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그저 경기미라고 하면 잘 팔릴 줄 알 아겠지만 현실은 냉정했다라고 평가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은 “경기미의 명성에 전남사람들의 죽기살기식 품질관리와 판매 노력이 뒤따른 다면 경기미가 고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도내 학교에 경기미만 제대로 공급해도 경기미가 남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자는 “경기도 농정국과 경기도 의회 농림수산위, 농림진흥재단이 경기미 판매를 위한 학교급식 조례제정에 무관심 했다.”고 지적한다.

도내 학교에 경기도가 쌀값 보존을 해주면 충분히 재고 없는 경기미 수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쌀 판매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한, 판매를 위한 다품종 재배 전략의 부재도 경기미 재고 파동의 한 몫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경기도 농정당국은 본인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몸에 유해한 불순물 -199가지를 제거한 쌀을 판매 하겠다며 대한민국에서제일 비싼 쌀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이는 농촌진흥청의 ‘탑라이스’ 따라잡기에 불과한 흉내였으며 결과는 참담한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다.

경기도 농정국을 따라한 많은 시군과 농협은 지자체별 브랜드로 고품질 쌀 생산이라는 구호아래, 너도 나도 고품질 경기미 생산만을 외쳤다. 시장의 질서를 무시한 일방적 고품질 경쟁은 결국 아무 의미가 없어 졌다.

대한민국에서 경기미 많이 고품질 이라는 인식이 희미해지고 수백개의 고품질 쌀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 결과는 경기미에 대한 신뢰추락으로 이어 졌다. 그리고 타 지방 고급쌀의 판매확대를 오히려 경기미가 도와준 셈이 됐다.

농업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경기미는 차별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경기도를 기반으로 하는 고품질 쌀 브랜드의 난립을 막고 이를 위해 브랜드 통합에 절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 농업기술원의 한 연구원은 “경기도내 쌀 브랜드가 한 200여개 되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다 경기미라고 하니까 어떤 것이 고품질 경기미 인지 소비자들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하며, 일부 경기미는 80% 이상만 경기미를 넣고 나머지는 타 지방쌀을 섞어도 경기미라는 말을 포장지에 쓸 수 있는 조례가 잘못됐다.

그리고 아끼바레(추청)나 고시히까리 대신 식미가 떨어지는 쌀을 넣고 팔아도 경기미라고 파는 세상이기 때문에 농정 당국의 세심한 브랜드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탁상공론에 그친 농정당국

현지 쌀 유통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고품질 경기미는 도네 전체 생산량의 30% 대를 유지하고 나머지 쌀은 가격이 저렴하고 생산과 수확이 쉬운 품종들을 유도해 나가려는 농정당국의 노력은 지난 몇 년간 시도된 적이 없지만 앞으로의 현실에서는 절실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전체 쌀 농가의 90%가 고품질 쌀에만 매달리면 모두 죽자는 결론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농정당국의 유도와 지원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경기농정 당국의 대답은 경기농협과 크데 다르지 않다. “과일 하나는 더 먹어도 밥한 공기는 더 먹지 못한다. 쌀 문제는 경기침체의 영향이고 전국적인 문제 이지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판 행사를 강화해 쌀 소비를 촉진 시키겠다”라는 식의 탁상행정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이와 관련, 쌀 문제를 개인적으로 연구했다는 K대 N교수의 지적은 발상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N교수는 “요즘 누가 밥을 먹습니까? 농정당국이 쌀을 팔겠다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가 입고 있는 옷, 타는 차 그리고 제3 거주 공간 모두가 브랜드 시대인데 경기미는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를 먹일 것인지 빨리 결정하고 승부를 내야 21세기 새로운 먹거리 시대에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매일 먹는 커피라고 해서 다 같은 커피가 아니듯, 매일 먹는 밥이라고 해도 다 같은 밥이 아니라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브랜드 쌀 이다”고 말했다.

N 교수는 이를 위해 “농정 당국이 주도적으로 브랜드 단일화에 앞장서야 하며 관련 기관(농협, 농림진흥재단)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 교수의 이런 주장은 실제로 타당성이 지적이다. 경기도는 시군 마다 별도의 고품질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엇이 진짜 경기미인지 헷갈려 한다.

브랜드 쌀이라면 같은 규격과 품질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어느 지역의 상점에서 경기미를 구입해도 같은 가격 같은 품질을 보증할 때 진정한 브랜드 쌀 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도내 어떤 브랜드 쌀도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미가 갈수록 고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전경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