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곽상욱 오산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염태영 수원시장은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공동 발주하는 협약서에 서명했다. 아울러 연구용역의 공정성과 객관성,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수원·화성·오산 상생협력위원회’를 만들어서 용역을 관리·감독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는 3개 자치단체장들이 추천한 학계와 종교계 인사 6명으로 구성되었다. 연구용역은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 한국행정학회가 위탁받아 시행하는데, 연구결과를 토대로 위원회가 9월부터 권역별 토론회를 열어 3개시 통합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한다.

▲ 수원·화성·오산 3개시 공동연구용역 협약 및 기자회견. ⓒ수원시

우리는 이번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한 3개 자치단체들의 공동 연구용역 합의와 주민들의 의견수렴 계획에 대해 환영한다. 또한 이 협약을 주선한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이 언론에 밝힌 “협약에 합의했다고 3개시를 장차 통합하거나, 하지 않는다거나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주민들이 결정하도록 합리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라는 입장에 공감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행정구역 조정과 각 자치단체간의 협력 문제는 계속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서 중앙정부의 행정구역 통합 움직임과 맞물려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논의가 빠른 속도로 퍼져갔다. 그러나 행정구역 조정이나 통합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정치인들이나 일부 지역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정구역 찬·반 논란이 지역사회의 과도한 대립과 갈등으로 발전했다.

한쪽에서는 3개시가 통합되면 인구 수백만에 재정규모 수조원의 전국 5대 대도시로 변모하면서 각 지역 특색에 맞는 발전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통합되면 지역이 더욱 낙후되고 혐오시설만 들어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제시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일부 통합에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한쪽만을 부각시킨 것이다.

행정구역 통합의 효과에 대해서는 사실 누구도 자신있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통합에 찬성하는 측의 주장대로 통합의 시너지가 있을 수도 있고, 반대하는 측의 주장대로 통합의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크거나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부분도 있다. 통합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고, 통합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성패가 좌우된다. 쉽게 행정구역 통합이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번에 3개 자치단체가 합의하여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 공동연구용역 협약식 및 상생협력위원회 출범식. ⓒ수원시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국행정학회의 결과는 하나의 전문가 집단의 의견일 뿐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용역결과에 대한 지역민들의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다. 행정구역 통합의 문제는 모든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인데,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라 또는 현재와 같이 일부 적극적인 이해관계자들만의 찬반논란으로 행정구역 통합논의가 진행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먼저 현재의 행정구역 체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행정구역 조정 내지는 통합에 대한 타당성 검토, 주민들에게 미칠 이해득실, 개편 후 나타날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주민들간의 활발한 논의가 우선이다. 행정구역 통합여부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연구과정이나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조급하게 진행된 행정구역 통합의 부작용은 통합시청사 유치를 둘러싸고 주민들간 극심한 갈등을 빚는 마산·창원·진주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행정구역 조정과 통합문제는 모든 지역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지역민들에게 이번 행정구역 조정과 관련한 3개 자치단체 공동 용역발주에 관심을 가지고 이후 진행될 주민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당부하는 이유이다.

발행인 조백현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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