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볼라벤’에 가로등이 넘어지면서 차량을 덮친 모습. ⓒ오산시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주민들이 두려움으로 가슴을 졸이던 상황에서, 곽상욱 오산시장과 최웅수 오산시의회 의장이 해외출장을 강행했다.

곽 시장과 최 의장을 비롯한 경제인들, 기관단체장 등 21명은 27일 4박6일 일정으로 오산시 자매결연 도시 꽝남성과의 문화·교육·경제 교류를 협의하고자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꽝남성은 지난 2004년 오산시와 공식적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이다. 지난 2006년에 양도시간 교류가 중단되었다가, 올해 4월 꽝남성 교류실무단이 오산을 방문하면서 교류가 재개되었다. 이번 곽 시장 일행의 방문은 꽝남성 당국의 공식 초청에 의해 진행됐다.

문제는 꽝남성 방문단의 일정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태풍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비상이 걸리고, 경기도청 역시 28일로 예정된 태풍 관통에 대비하여 비상2단계 체제로 전환하는 등 긴박한 상황과 겹쳤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 재산 보호를 최우선의 가치에 두어야 할 오산시 행정부의 수장인 곽 시장이 강력한 태풍이 예고된 긴박한 시기에, 당장 중요한 계약체결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해외출장을 진행한 것에 대해 지역민들과 언론의 정서는 비판적이다.

지역민들과 언론의 주된 정서는 곽 시장의 해외출장에 대해 ‘태풍 와중에 웬 해외출장’, ‘주민들은 공포에 떠는데 베트남행이라니’ 등의 반응이다.

오산동 주민 양모씨는 “꽝남성 방문이 중요한 사업이나 계약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연례적인 행사로 알고 있다”면서 “강력한 태풍이 예고되어 지역에 큰 피해가 우려되고 공무원들은 24시간 비상근무 하는 상황에서 곽 시장이 꼭 해외출장을 갔어야 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큰 사고 없이 넘어가서 다행이지만 심각한 재난상황이 발생했었더라면 어쩔 뻔 했느냐”면서 “곽 시장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철희 비서실장은 “해외출장은 꽝남성 당국이 초청장을 보내 오래전부터 추진됐던 사항이다. 이미 행사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취소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양측의 신뢰문제도 있다”면서 지역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 비서실장은 또한 “곽 시장이 해외출장 전 태풍피해에 대비해 철저히 점검하고 각 부서별로 준비시키고 떠났다”면서 “현수막 사전 철거, 신호등 및 가로수 점검, 신갈저수지와 오산천 사전점검 등 각 부서별로 사전보고 및 점검, 지시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오산시 재난사고에 대한 총괄 책임부서인 건설방재과 재난관리팀장 역시 “시장님이 부재하더라도 행정전문가 부시장이 대행하고 있고, 각 부서별로 책임있게 대응하고 있으므로 태풍 재난 대비에 전혀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올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현장상황 실시간 정보를 받으면서 대응할 수 있는 재난통제시스템도 구축했다”면서 “시는 민간 재난 7개 사회단체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태풍상황을 관리했다”고 강조했다.

행정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므로 시장의 존재 유무가 태풍이나 재난의 관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번 꽝남성 출장을 강행한 곽 시장과 동행한 지역 기관단체장들, 그리고 시 공무원들은 다가오는 태풍으로 인해 해외출장에 대해 사전에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종합적인 판단으로 해외출장을 결정했을 것이고, 사전에 태풍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들도 취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곽 시장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힌다.

만약 언론에 예보된 대로 태풍 ‘볼라벤’이 엄청난 인명피해, 재산상 피해를 낳는 대 재앙을 낳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까? 곽 시장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할 심각한 재난상황이 지역에 발생한다고 해도 해외출장을 떠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이번 해외출장에 곽 시장 뿐만 아니라, 시의원 출마 이전 재난전문가로 활동했던 최 의장과 오산시 시설관리 책임자인 이종상 오산시설관리공단 이사장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재난전문가 출신 정치인과 오산시의 시설을 관리하는 책임자 역시 태풍 피해와 관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이 너무 안이하게 해외출장에 동참한 것이기 때문이다.

곽 시장과 오산시는 이미 계획되어 있었던 일정이라 해도 예기치 못했던 긴급 태풍 위협에 의해 지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자매결연 도시인 꽝남성 측에 양해를 구하고 해외출장 일정을 조정했어야 했다.

만약 해외출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더라도, 곽 시장과 오산시가 이번에 간 방문단 중 일부 인원을 조정하고 지역민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이런 노력과 절차가 없다보니 지역사회의 여론을 거스르는 일방적인 행정으로 비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태풍이 오산에 영향을 미쳤던 28일 당일 오후 6시 현재 오산시 집계에 의하면, 간판, 가로수, 펜스, 건물외벽, 중앙분리대, 창틀 등의 피해 50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큰 사고가 없어 다행이지만, 만약 지역에서 이번 ‘볼라벤’ 태풍으로 큰 인명피해와 재산상 피해, 재난사고가 발생했다면, 이유 불문하고 곽 시장과 최 의장, 그리고 이번 해외출장 방문단은 지역사회의 엄청난 저항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곽 시장과 최 의장 등 지역의 지도층들은 긴급한 상황에서 만일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처신하길 바란다.
 

발행인 조백현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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