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교사가 학교폭력 가해학생 문제를 교육적으로 풀려다 학교 측의 징계성 전학 결정에 반발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교지구의 S중학교 2학년 학생 6명은 그동안 동료나 후배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빼앗아오다 이달 초 이 사실이 학교 측에 적발됐다.

이에 학교 측이 지난 14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로 ‘전원 전학’을 결정하고, 17일 이 사실을 해당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학생생활인권부 부장이었던 H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다소 억울한 면도 있고, 일부 사건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며 “전학조처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학교 측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H 교사는 “강제전학을 가게 되면 기록에도 안 좋게 남게 되고, 그 쪽 학교에서도 질 안 좋은 아이로 찍히게 되니 강제전학을 보내지 말자”는 입장이었다.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한 H 교사는 강제전학을 막기 위해 교장에게 무릎을 꿇고 빌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강제전학을 결정했고, H 교사는 학생들의 전학 결정이 내려진 지 몇 시간 후 5층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결국 H 교사는 목을 맨 지 엿새만인 23일 오후 5시 숨을 거뒀다.

H 교사는 23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20년 동안 남사에서 교직생활을 하시다 올해 초 세교 S중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H 교사는 남사에서의 교직생활을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생각했다고 한다.

H 교사는 학생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며 학생들 입장에서 헌신적으로 교직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몇 명의 제자들은 한결같이 선생님에 대해 “권위의식을 버리고 학생들과 격의없이 어울렸다. 학생들이 잘못하면 엄하게 야단치시기도 하지만 상처받지 않도록 야단치신 후엔 따뜻하게 위로해주셨던 분”으로 추억했다.

주변사람들에 따르면, H 교사는 남들이 다 꺼리는 학교인권생활부 부장을 맡아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했다. 하지만 어려운 일들이 많아 힘들어했다.

학생들 관련해 문제가 생길 경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들을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문제, 이기적이고 거친 일부 학부모들의 반응, 학교당국과의 갈등 등 고충이 많았다.

H 교사는 7월에 보직사임서를 제출했지만, 학교 측의 만류로 계속 일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H 교사의 동생은 최근 부모님의 묘를 벌초하러 간 자리에서 형이 자신에게 “힘들다. 충북에 있는 조그만 학교에서 수학만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개인적으로 관련 인물들의 반응에 당혹감을 느꼈다. ‘사회가 정상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학교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은 H 교사가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을 처리하는 방식을 놓고 학교 측과 이견이 있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학폭위 간사인 H 교사는 최근 결정과 관련해 교장인 나한테 한 번도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학교폭력 가해학생 중 한 학생은 “선생님은 우리를 위해 몇 번을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선처를 부탁드렸지만 거절당했다. 교장 선생님의 주장은 최근에 경찰이 선생님의 유서를 찾아내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선생님의 명예를 찾아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 측은 H 교사의 죽음과 관련하여 외부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내부단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례식장에서 만난 가해학생 6명 중의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아이들이 돈을 빼앗은 게 아니라 빌려달라고 한 거다. 잘못한 게 없다”라는 기가 막힌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돌아가신 선생님을 앞에 두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큰 소리로 웃는 상식 이하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넷에선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사에 대한 댓글로 H 교사의 자살에 대해, 가해자를 감싸다가 홧김에 죽었다는 둥, 무책임하다는 둥, 오히려 비난하면서 고인을 두 번 죽이고 있다.

누가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한 교사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일까? 딸이 셋인 가장이자 교직 경력 23년의 이성적이고 책임감 강한 47세의 수학 교사가 자살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H 교사의 자살 사건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와 경기도교육청 간의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크게 보아, S중학교의 교장과 학교 측은 학교폭력의 해법을 학생부 기재와 대입·취업 활용에서 찾고 있는 교과부의 입장에 서 있고, 죽은 H 교사는 학생의 입장에서 교육적으로 풀고자 하는 경기도 교육청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H 교사를 절망하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에서 보듯 정상적이지 않은 사회와 인간들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번 H 교사의 자살사건은 폭력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 학교폭력과 인권에 대한 학교의 교육 철학 및 방법, 학교 폭력 담당 전문가들의 확보, 수학교사 업무 외에 학생인권생활부까지 맡아야 했던 교사의 과중한 업무, 갈수록 비인간화 되어가는 교육현장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무엇보다,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했던 한 교사가 자살을 하게 된 진실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자살로 무언가를 항변하고자 했던 그의 몸부림에서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교육계나 사회는 제대로 된 공동체라고 할 수가 없다.

묵묵히 교육자로서 충실하고자 했던 한 교사의 안타까운 자살이 죽은 사람만 억울하고, 의미없는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떠한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이 앞으로 교육당국이나 사법당국에서 어떻게 조사되고, 어떠한 대안이 모색될 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 H 교사의 장례식이 일정에 따라 치루어지고, 이번 사건에 대한 관계기관의 제대로 된 조사나 성찰, 대안모색 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덧없이 잊혀진다면, 이와 유사한 비극적 사례는 또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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