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오산·수원·화성) 상생협력을 위한 역사문화 탐방을 명분으로 흑산도를 방문했던 곽상욱 시장과 손정환 의원이 폭풍주의보에 발이 묶여 13일(화) 개회한 제189회 오산시의회 임시회에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산수화 3개 자치단체 시장들과 안민석 국회의원, 손정환 의원 및 ‘산수화상생협력위원회’ 관련 인원 약 40여명은 지난 9일(금)부터 11일(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실학사상가 정약전의 유배문화 탐방을 내걸고 흑산도로 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흑산도 바다에 폭풍이 일었다. 그리고 일행들이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화요일이 되도록 섬에 갇혀 있는 동안, 안 의원은 염태영 수원시장과 함께 흑산도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곽 시장을 섬에 놔둔 채 염 시장과 둘만 섬을 빠져나온 안 의원의 행동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행정구역 통합과 관련하여 만들어진 ‘산수화상생협력위’의 동의할 수 없는 최근의 움직임에 있다.

'산수화상생협력위'는 올해 초 행정구역 통합이 지역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주민간 갈등이 심각해지자, 안 의원 주도로 3개 자치단체 합의 하에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공동연구를 목적으로 지난 2월 23일 출범했다.

그러나 ‘산수화상생협력위’의 연구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 6월 8일, 정부 산하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이하 개편위)’ 주도로 지역별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지역별 여론조사에서 화성시의 통합 찬성 여론은 50%를 넘지 못했다. 또한 개편위 위원들의 거수투표에서도 통합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결국 산수화 통합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문제는 각 자치단체별로 5천만원씩 1억5천만원을 투자하여 산수화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연구용역을 위해 만들어졌던 ‘산수화상생협력위’가 행정구역 통합이 무산된 이후 방향을 잃었다는 점이다.

‘산수화상생협력위’는 원래 의도했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연구용역이 의미를 잃자, 엉뚱하게 정조와 다산 정약용을 들고 나왔다. 정조와 정약용을 중심으로 3개 자치단체가 상생과 협력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산수화상생협력위’는 지난 9월 1일 화성시 용주사에서 ‘정조·다산 리더십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당시 주최측은 오산, 수원, 화성 3개 시가 정조와 연관이 있으니, 정조의 효와 위민 사상을 바탕으로 상생 발전방안의 모색이 가능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장되어 개혁가 정약용과 정약전에 대해 공부하자며, 이번에 ‘호남 정약전 유배지 문화 탐방’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자치단체장들과 정치인들로만 이루어진, 그들만의 정조와 정약용을 매개로 한 상생과 협력의 정치놀음에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명 정조와 정약용은 의미있는 정치가였으며, 그들의 사상과 철학, 정책 내용은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연 현 시기 지역사회의 현실이, 시민의 혈세로 안 의원과 3개 자치단체장들, 그리고 한신대 총장과 일부 정치성 종교인들이 정조의 효와 정약용의 개혁을 공부하러 관광성 유배문화 탐방이나 다닐 정도로 한가한가.

오히려 정약용과 실학자들은 도탄에 빠진 민초들의 삶을 돌보지 않고 민초들의 예산으로 자신들만의 관광성 문화탐방이나 다니는 정치인들을 심하게 꾸짖지나 않을까? 이들은 정약용과 실학자들의 정신과 철학을 모독하고 있다.

‘정조·다산 리더십 토크콘서트’ 당시 정조의 효 정신을 살리기 위해 융건릉 일대를 효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는 ‘산수화상생협력위’ 일부의 목소리가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이 어울려 다니며 하는 행동들을 볼 때, 오산시가 이러한 흐름에 휩쓸리면서 엉뚱하게도 효와 연관된 토목사업에 막대한 혈세낭비나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든다.

현재 끝도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로 지역민들의 삶은 파탄 직전이다.

운암, 궐동과 전통시장, 시내 곳곳의 모든 자영업자들은 파산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 노동자들은 학교 비정규직을 비롯, 청소 미화원들이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악화에 저항하기 위해 파업을 진행할 정도로 삶이 불안정하다. 내년 상반기 준공을 앞둔 가장2산업단지는 분양률 저조로 지역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지역사회에는 이렇듯 경기침체로 갈수록 악화되어가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 문제 이외에도, 시내 곳곳의 교통 문제, 서울대병원 유치, 내년 상반기 준공을 앞둔 가장2산업단지의 저조한 분양률에 대한 대책, 구(원)도심 활성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확충, 오산천 살리기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이런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지역사회에서의 구체적인 정책대안과 노력은 보이지 않고, 산수화 정치인들이 엉뚱하게도 정조의 효 정신을 들고 나와 시민의 예산으로 그들만의 친목모임과 예산낭비가 우려되는 논의들을 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정조의 효 사업보다는 3개 자치단체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유통산업법’에 근거한 정부의 지원을 따내 ‘물류센터’를 공동으로 짓는다든지, 3개 시의 경계선에 있는 교통병목 현상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생산적이다.

지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고민은 없고 그들만의 상생과 협력을 모색하는 황당한 ‘산수화상생협력위’는, 이제 방향을 바꾸어 지역과 주민에게 헌신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엉뚱한 짓 안하고, 누구의 말마따나 이젠 정말 ‘밥값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발행인 조백현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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