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회의 모습. ⓒ오산시

오산시가 지방자치 및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제도인 주민참여예산제를 형식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없음은 물론, 오히려 이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의 의견까지도 제대로 듣지 않는 등 주민참여예산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과정에 대한 주민참여와 통제를 통해 자치단체 재정운영에 대한 투명성, 민주성, 공정성과 함께 예산편성의 책임성까지 강화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산의 경우 주민참여예산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시 집행부의 예산편성과 시의회 의원들의 예산심의에 대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시 예산과 관련한 독점적 권한을 누려온 시 집행부와 시의회 의원들을 견제하는데 시민들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주민참여예산제, 시민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 필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011년 9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의무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동안 오산참여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요구를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해 왔던 오산시도 법적 의무사항이 되자 지난 5월 30일 ‘오산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이하 ‘주민참여예산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오산시는 ‘주민참여예산위’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에게 예산에 대한 기본 이해뿐만 아니라 공공성과 공정성에 대한 책임의식 강화 등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게끔 치밀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주민자치와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 되기 위해선 곽상욱 시장이 ‘주민참여예산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위원들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보장했어야 한다.

곽 시장이 예산편성에 대한 권한을 주민과 나누고, 주민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를 시정에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주민참여예산제가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윗분 눈치보기와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에 익숙한 공무원들이 곽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권한 양보가 없는 한 제대로 된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해 고민할 리 만무하다.

오산시, 주민참여예산위 단 한차례 ‘2013년 예산편성’ 회의 개최

주민참여예산제를 바라보는 오산시의 태도는 2013년 시 예산편성 과정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주민참여예산위’가 올해 해야 할 주요 역할은 2013년 오산시 예산편성에 있어 주민의 이해를 올바르게 반영하는 것이었다.

2013년 오산시 예산편성과 관련, 오산시는 ‘주민참여예산위’와 함께 시가 적절하게 예산편성을 했는지, 불필요한 낭비성 예산은 없는지, 주민 입장에서 필요한 예산이 반영이 되었는지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논의하고 책임있게 결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오산시는 지난 10월 18일 단 한차례 2013년 예산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형식적인 각 분과별 의견 청취를 끝으로 ‘주민참여예산위’ 활동을 마감시켰다.

오산시는 자체적으로 2013년 예산을 미리 다 짜서 결정하고선 형식적으로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만 밟았다.

오산시가 ‘주민참여예산위’를 법적 의무사항인 주민참여예산제의 형식 요건만 갖춘 요식행위로 들러리 세운 셈이다.

오산시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얼마나 형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각 분과별 위원들에게 예산설명회를 겨우 하루 앞두고 분철된 자료를 이메일로 발송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위원들은 주민참여예산제에 관심은 있으되 전문적 지식은 갖추지 못한 평범한 주민들이다.

예산과 관련한 용어나 내용에 대한 사전설명도 없이, 더구나 모임 하루 전에야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주고 어떻게 오산시 예산을 함께 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건지, 오산시의 행정마인드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뿐만 아니다. 오산시는 예산설명회 중간에 ‘주민예산참여위’ 전체회의에 ‘2012년 예산학교 운영 건’과 ‘연구회 구성 건’, 두 건의 안건이 주민들에 의해 현장발의 됐으나 제대로 된 토론도 진행하지 않고 중요한 두 건의 안건을 흐지부지 무산시켰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오산시가 당연히 준비해야 할 ‘예산학교’나 ‘연구회’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해서 안건으로 제출한 것을 오산시가 수용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오산시는 ‘주민참여예산위’의 예산 논의의 범위 역시 약 3,400억원에 이르는 오산시 전체예산이 아니라 수 백억원에 불과한 가용예산에 국한하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오산시의 주민참여예산제는 시가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배제하고 봉쇄하는 모양새다.

주민참여예산위, 오히려 예산만 축내는 이율배반

오산시가 이런 식으로 ‘주민참여예산위’를 진행할 것이라면, 구태여 관련 공무원들과 수많은 주민들의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면서까지, 이 제도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

예산편성의 낭비를 줄이고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 1년에 1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투여하는 ‘주민참여예산위’가 오히려 예산만 축내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이렇듯, 2012년 오산시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대로 된 성과도 없이 예산만 낭비하고 요식행위로 끝난 데에는 곽상욱 집행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곽상욱 집행부의 주민참여예산제를 대하는 태도가 이런 식이라면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제 역시 어떻게 운영될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주민을 들러리 세우고 형식적으로 진행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으로 주민과 소통행정한다고 언론에 정치성 홍보만 해 댈 것이 분명하다.

‘주민참여예산위’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 사이에서는 오산시가 계속 위원회 활성화 요구를 무시하자 “위원회를 활성화하여 위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 시정에 대한 간섭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적당히 넘어가려는 것”으로까지 판단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올해 진행된 오산시의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오산시가 입에 달고 다니는 참여와 소통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지 실체를 확인하게 됐다.

곽상욱, ‘예산학교’ ‘연구회’ 구성 등 주민 제안 수용해야

오산시 시정의 주요목표 가운데 하나는 ‘참여와 소통의 열린 행정’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곽 시장은 올 한해 각 동주민센터와 민원현장을 찾아가는 주민 서비스, SNS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 등을 진행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곽상욱 집행부의 그러한 노력들이 주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가려면, 참여민주주의의 핵심제도인 주민참여예산제를 주민과 함께 내실있게 진행했어야 했다.

오산시는 최소한 일부 주민들이 이후 주민참여예산제의 올바른 운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준비한 진심어린 제안을 막는 못난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곽상욱 집행부의 ‘참여와 소통의 열린행정’에 대한 진정성은 내년에 진행될 주민참여예산제에서 곽 시장이 얼마나 자신의 권한을 양보할지, ‘예산학교’와 ‘연구회’ 구성 등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을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행인 조백현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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