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욱 시장이 2013년 시민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오산시

곽상욱 시장과 안민석 의원이 연초를 맞아 경쟁적으로 시민과의 접촉면 늘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자화자찬식 설명회보다는 시민과의 깊이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해 보인다.

곽 시장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오산사랑 이야기’라는 주제로 하루 2개동을 순회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2013년도 시정운영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혁신교육, 보육도시, 지역경제 활성화, 녹색도시 조성, 생활복지, 문화·예술·체육, 시민참여의 소통행정 등 시의 7대 역점 시책이 총망라됐다.

안 의원 역시 동주민센터의 주민동원 선거법 위반까지 야기하며 각 동을 돌며 의정보고회를 진행했다.

곽 시장과 안 의원의 이러한 시민과의 대화는 일단 주민과의 직접 접촉을 통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난 권위주의 시대의 일방적인 행정과 정치에 비한다면 시민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가 보다 발전된 모습임엔 틀림없다. 6개동 각 지역 주민들의 구체적인 민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을 찾아가면서까지 진행하는 현재 방식의 시민과의 대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화자찬식 홍보위주의 ‘시민과의 대화’

설명회나 의정보고회에서 곽 시장과 안 의원은 업적을 자화자찬식으로 설명했다.

민선 5기 집행부가 열심히 노력해서 작년에 22개 분야에서 수상의 영광을 받았다느니, 계획에 없던 지역예산을 확보했다는 식이다.

시민들은 장시간에 걸쳐 장황한 설명을 듣는 반면, 제한된 시간에 형식적으로 질문하고 추상적인 답변만 들을 수밖에 없다.

곽 시장의 시민과의 만남의 자리엔 오리무중인 서울대병원 유치, SM타운의 지지부진한 진행, 가장2산업단지의 저조한 분양률, 오산구도심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진지한 대화가 없었다.

혁신교육, 뷰티도시, 보육도시 등을 포장하고 장황하게 나열하면서 장밋빛 환상만 제시할 뿐이었다.

안 의원 역시 오산역환승센터, 오산-발안간 82번 국지도 확장 등의 예산 확보만을 앵무새마냥 반복해서 홍보할 뿐이었다.

3선 국회의원으로서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그 정도의 지역예산 확보는 당연히 해 내야 할 수준 아니던가. 오히려 그동안 못해냈던 것이 이상한 일 아닐까?

지역민들이 국회의원과 원하는 자리는 3선의원의 상식적인 업적을 자화자찬식으로 주입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시민과의 대화 자리는 주로 곽 시장과 안 의원의 실적에 대한 포장과 일방적 홍보만 있지 냉정한 평가와 노출된 한계에 대한 보완 의지가 없다.

예컨대 안 의원과 곽 시장의 역점 사업인 혁신교육도시 사업을 살펴보자.

혁신교육도시로 지정되면서 오산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지역의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돈으로만 유지되는 혁신교육, 학교의 혁신을 위한 고민의 부재,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미비, 오산 전역이 교육의 장이라는 콘셉트(concept)만 있지 부실한 내용과 반복되는 따분한 주입식 시민참여학교 등 드러난 문제가 너무도 많다.

뷰티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집행부에서 유치가 사실상 결정된 (주)아모레퍼시픽만 들먹이고 부실한 뷰티축제 진행한 것이 고작이다.

축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시민들이 뷰티도시를 느끼게 하는 사업이 중요한 것이다. 인프라 구축, 관련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데 시는 오직 예산써서 소비하는 일회성 축제에만 관심이 가 있다.

오산시가 뷰티를 이용하여 어떠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었는지, 시민들이 뷰티도시로 어떠한 혜택을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의 일방적 홍보와 이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장밋빛 주장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곽상욱·안민석, 시민과의 ‘끝장토론’ 해 보길

그렇다면 시민과의 대화 자리는 오산시와 정치인들의 그동안의 성과뿐만 아니라 한계까지 모두 드러내고 이후 지역현안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모아내는 자리여야 했다.

열린 행정,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쓴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들의 약점을 채워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곽 시장과 안 의원이 비전과 형식만 갖고 있지 내용과 운영에 있어 한계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부족한 점을 채우고 소통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때론 여론을 왜곡하는 장치로 이용되기도 한다.

시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용하여 시와 정치인들이 일방적으로 자화자찬식 과장된 홍보만 쏟아내는 건 지역사회에 공허함과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우리는 곽 시장과 안 의원이 진정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행정과 정치에 반영하고자 한다면 시민과의 ‘끝장토론’, ‘끝장공청회’를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지역발전 전략과 지역현안, 지역정치 등 중요한 문제를 내걸고 오산시와 자신들의 모든 장단점을 다 드러내고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보길 바란다.

그런 정도의 열린 마음과 자신감이 있을 때, 시민들에게 자신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었을 때, 지역민들은 곽 시장과 안 의원의 민주주의에 대한 진심을 믿어줄 수 있을 것이다.

곽 시장과 안 의원이 해마다 시민들이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할 수밖에 없는 형식적인 시민과의 대화의 자리를 열린 행정, 민주주의로 홍보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다.

곽 시장과 안 의원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해 보려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 후 야당, 시민단체, 전문가, 언론을 모두 불러 시민들 앞에서 1년에 한번이라도 ‘끝장토론’, ‘끝장공청회’를 진행해 보길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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