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새해가 시작되면 점을 참 많이도 보았던 모양이다. 그 시기는 주로 정월 대보름까지 보았는데 먼저 ‘윷괘점’이라는 것이 있었다. 윷을 세 번 던져서 ‘괘’를 삼아 ‘도 ․ 도 ․ 도 면 건(乾)괘니 아이가 어머니를 만나도다’하는 식으로 주역의 64괘에 맞춰서 풀이하며 윷점을 보았다.

‘金, 木, 水, 火 , 土’의 각 글자를 나무쪽에 갈라 적어 이것을 던져보아서 나오는 것으로 점을 치는 오행점이라는 것도 있었고, 우리가 오늘날 길거리 등에서 흔히 보는 토정 이지함 선생이 지었다는 토정비결을 통해 일 년의 신수를 보는 토정비결점 등도 대표적인 점들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달맞이라는 점복도 있었다고 한다. 또 정월 대보름날 첫닭이 열 번 이상 울면 풍년이 들고, 갖가지 농사지은 곡물을 키에 담아 놓고 소에게 먹여보아 맨 먼저 먹는 것은 그 해 풍작이요, 나중에 먹는 것은 흉작이라고 점을 치기도 했었다 한다.

잣불켜기라는 불점도 있었는데 보름날 아침 부럼을 깨물기 위해 준비한 잣을 까서 열나흗날 밤 바늘 끝에 꽂아 들고 불을 붙인 다음, 집안의 맨 웃어른부터 시작하여 ‘이것은 할아버지 불이다’하는 식으로 정하여 불을 다려 1년 신수를 보았는데, 물론 불길이 기세가 좋으면 1년 신수가 좋고, 곁가지가 뻗으면 이사하거나 이직을 하며, 타다말고 까맣게 꺼진다면...

또 ‘좀생이 보기’라는 낯선 점도 있었다는데 이는 별자리보기라고 한다. 육안으로는 10여개 내외가 보이나 망원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2,000여개나 찍힌다는 조그만 별들이 모인 것인데 2월 6일 또는 7일 초저녁 달과의 거리를 보아서 길흉을 판단했다고 한다.

그 외로 점은 아니고 풍속으로 열나흗날 밤 총각들이 집집을 찾아다니며 밥을 얻어다 먹거나, 훔쳐 같이 먹고 밤늦게까지 놀기도 했고, 보름날이면 액(厄)자를 쓰든지, 갖은 못된 액운을 아는 대로 써서 연줄이 있는대로 다 풀고 실을 끊어 모든 액을 가져가라는 연날리기 풍습도 있었다 한다.
 
보름날 밤 달집 사르기라 하여 섶이나 짚 등 온갖 구접스런 것들을 모두 모아 살라 없앴다.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것이리라.

그밖에 귀밝이 술을 먹어 귀가 밝기를 빌고, 견과류를 깨물어 이가 튼튼해지기를 바라고, 다리밟기를 하여 다리가 튼튼히 되기를 빌었다. 밥을 아홉 번(자기의 나이만큼의 횟수라고도 함) 먹고 나무를 아홉 짐 해오고, 글방에 갈 아이는 그 날로 입학하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는 조그만 지게를 걸어놓고 수수팥떡을 하여 절하게 하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데려 갔다고 한다.

이렇게 정월 특히, 대보름 전후의 풍속들을 보면 재앙은 물러가고 복은 들어오고, 금년의 운세는 어떨까 하는 세 가지 내용의 풍속들이 있었는데 특히나 이런 풍속들이 보름날 이후로는 뚝 끊기는 것이 또한 풍습이었다.

우리는 요즘 추석 등에도 윷놀이를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옛날에는 보름이 지나고 윷을 놀면 ‘고리백정이’라고 놀리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바쁜 농번기를 경계한 이유가 아닐까 추측을 하게 된다.

오늘날 과학적인 잣대의 사고에서 보면 한낱 미신같은 내용들이라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그 이면에는 소중하고 대견한 우리 겨레의 풍속들이다. 그리고 오히려 정말 과학적인 내용들도 숨어 있다. ‘윷점’, ‘오행점’, ‘토정비결’과 같은 점들은 사실 주역의 64괘를 근간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잠깐만 소개를 하자면 주역의 시작은 이렇게 된다.

乾,元亨利貞.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참으로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元(원)은 봄, 亨(형)은 여름, 利(이)는 가을, 貞(정)은 겨울이요, 봄이니 [生(생)]하고 여름이니 번성[長(장)]하여 가을이니 거두고 [收(수)] 겨울이니 간직[藏(장)]하는 네 계절의 특성을 말함이요 다시 元(원)은 바람[風(풍)], 亨(형)은 [火(화)], 利(이)는[凉(양)], 貞(정)은[冷(냉)]이라.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 씀씀이도 이같이 전체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였던 것이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 계절만 삐끗해도 우리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온다. 완전한 균형을 암시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고 믿기만 믿으면 날로 무명(어리석음)이 자라고, 아는 것이 많되 믿음이 없으면 날로 사견(삿된 소견)이 증장한다’라고 보조국사께서도 직심직설에 말씀하셨다.

요컨대 옛 우리 선조들의 교훈의 목표는 전인격적인 인간수양에 있었고, 주역의 의식은 바로 그에 있었다 보여지니, 주역을 근간으로 연초 점을 쳤던 것을 마냥 미신이라 여기지 말고 우리 모두 점 한번 쳐보는 것도 좋으리라.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웃끼리 함께 모여 윷점 한 번 보는 것도 괜찮다 여겨진다.

길한 괘가 나와도 흉한 일을 경계하며 교만을 제하고 흉괘를 보아도 열등을 고양시켜 희망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정월대보름을 기해 우리 주위의 기관 등에서 많은 행사들을 하고 있다. 권장해야 할 일이고 함께 해야 할 일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왕이면 우리의 풍속을 좀 더 연구하여 그 시기에 맞는 것들을 그리고 그 지역에서 있었던 지역 특성의 것을 찾아 복원하여 실시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금년 한 해도 새정부가 들어서 열심히 한다고 하나 우리 서민들이 바라는 만큼 쉬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것 같다는 보도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계사년 그러나 우리 오산 시민에게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보름날 윷점이라도 봅시다. 모두 만사형통, 운수대길하실 점괘를 보게 될 테니...

[칼럼] 이권재  오산지역발전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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