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교육으로 행복합니다’표지판이 오산시청 앞에 걸려 있다. ⓒ장명구 기자

성호고 7명의 학생들이 1년 넘게 진행한 자신들의 봉사활동 경험을 담아 이주민, 다문화 교육 관련하여 만들어 낸 논문 한 편은 혁신교육의 생생한 모범사례라 할 만 하다.

성호고와 ‘행복한 이주민센터’와의 MOU 협약, 인문사회 동아리 구성과 학생들의 자원봉사,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토론과 협력을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논문, 함께 살아갈 이주민에 대한 지역 여론을 환기시키는 과정은 살아있는 혁신교육의 생생한 모습이다.

학생들의 관심과 자발성, 교사의 헌신과 역량이 만들어 낸 논문은 오산시 혁신교육의 부족한 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갖는다.

오산시는 2011년 2월에 경기도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었다.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된 후 해마다 수십억원의 시 예산이 혁신교육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 작년에 약 13억8천만원의 교육청 예산과 약 33억5천만원의 시 예산이 투입됐다. 올해엔 약 13억6천만원의 교육청 예산과 약 30억8천만원의 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혁신교육, 지역특화 사업은 일부 성과, 학교 혁신은 아직
오산 혁신교육의 특징은 지역특화 사업에 있다. 학부모스터디모임, 시민참여학교, 꿈찾기멘토스쿨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삶 자체, 사는 곳, 오산시 전역이 교육의 장이라는 발상은 교과서를 뛰어넘어 지역과 현실에서 배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혁신교육지구에 걸맞는 참신한 생각이다.

오산시청·시의회, 전통시장, 독산성·고인돌공원, 하수처리장·자원재활용센터, 문화공장오산(미술관) 등을 방문하여 학생들이 살아있는 정치, 경제, 환경, 문화, 역사를 배우고 애향심을 키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학부모스터디와 연계되어 학부모들을 직접 교육의 주체로 참여시킨다는 점도 훌륭한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시민참여학교와 관련없고 사회적 의미도 별로 없는 개인 취향 학부모스터디 학습까지 예산을 지원하여 일부 학부모에 대한  특혜성 사업 논란도 있다.

특정 정당, 정치인의 지지기반 만들기라는 의혹의 시선도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학부모들이 진행하는 시민참여학교의 일부 수업이 성의가 없고 부실하고 따분하게 진행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산 혁신교육 지역특화 사업에서 극복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이러한 부분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스터디와 시민참여학교를 축으로 하는 독특한 혁신교육 지역특화 사업은 오산시가 만들어 낸 성과이다.

오산시가 교육 분야에서 여러 번 수상하고, 몇몇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는 말은 지역특화 사업의 객관적 성과에 근거한다.

그러나 오산시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이러한 지역특화 사업의 일부 성과에 취하기보단,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혁신교육 성과가 없다는 지적을 더 뼈아파 해야 한다.

학교나 수업시간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않고서 혁신교육의 성과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교 혁신, 공교육 혁신에 대한 성과가 부실하다 보니 관계 당국은 미군 영어교육, 오산하이리그 축구, 학교 내 스포츠클럽 운영,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공연 등 혁신교육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거나 본질적으로 혁신교육과 무관한 내용을 혁신교육으로 포장한다.

억지로 꿰맞추는 보여주기식, 포장하여 손쉽게 정치적 업적 내세우기식 사고방식은 오히려 혁신교육의 내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실종시킨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혁신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교사의 의식과 수준이 교육의 질을 결정하고 학교 현장을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경쟁과 입시, 협력과 전인 교육 사이에서 방황한다. 혁신교육을 하면 자녀가 대학을 못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 경기도교육청과 오산시의 서로 다른 교육 철학과 행정으로 불안해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확고한 철학과 중심을 잡고 혁신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면 오산시와 교육청, 정치인들이 아무리 ‘혁신교육’ 떠들어 봐야 헛수고일 뿐이다.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된 후 교사들의 교육 연구 모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그나마 위안이다.

교사들이 의욕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 조성과 교사스터디 모임, 워크숍 형태의 내용성 있는 연수 등 교사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혁신교육, 정치성은 벗어나고 학생과 교사 자발성은 모아내야
오산 혁신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선 특정 정치인의 정치성, 내용 없는 정치적 구호 남발을 자제해야 한다. 대신 학교 현장과 지역 혁신교육의 내실을 꾀할 장기적인 계획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선 혁신학교, 혁신교육지원센터, 오산혁신교육협의회 등의 정치성이 입방아에 올랐다. 혁신학교 선정, 예산배분, 예산사용처, 인사에서 논란과 잡음이 그치질 않는다.

혁신교육 예산이 제대로 된 곳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예산 낭비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산시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성호고 학생들 논문 한 편이 혁신교육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좀더 고민하길 바란다.

성호고는 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도 아니고 오산형 혁신학교라 할 수 있는 시 지정 물향기학교도 아니다. 당연히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호고 인문사회 동아리 학생들 7명과 지도교사는 논문 작성 과정을 통해 경쟁보다 협력을 이뤄냈고,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로 서는 혁신교육의 본질을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주민과 관련한 의미있는 메시지도 던졌다.

성호고 학생들의 논문 사례는 혁신교육의 성공이 보여주기식 위주 사업, 관리도 소홀하면서 예산만 투여하는 방식, 특정 정치인 중심의 정치적 홍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관심과 자발성, 교사의 헌신과 역량에서 온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혁신교육은 입시제도, 정부 교육 예산의 한계 등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목표이다. 오산시가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된 지 몇 년 밖에 안 된 초기 단계에서 성급하게 혁신교육의 성패를 논하기도 어렵다.

혁신교육 성공 위해 다함께 힘 모을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
이제 오산 혁신교육은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또한 이후에도 특정 정치인과 무관하게 혁신교육의 사업과 내용은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역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공청회와 (가칭)오산혁신교육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산시,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시민사회단체, 전교조와 교총 등 교사단체, 학부모, 교육 전문가, 각 정치세력 등 지역의 다양한 교육 관련 책임자들이 정기적으로 공청회를 열어 시민 앞에서 투명하게 지역의 교육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에서 말한 교육 관련 책임자들이 (가칭)오산혁신교육위원회 안에서 오산 교육에 대한 진단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오산 혁신교육을 책임지는 세력이든, 이를 반대하는 세력이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있어서는 함께 책임있게 논의하고 행동할 것을 당부한다.

조백현 발행인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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