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욱 오산시장이 백발회 부정선거 반성은커녕 막가파 인사, 외유 등 잇따른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오산시

‘정통성 부재’와 잇따른 ‘실정’으로 곽 시장이 마치 ‘레임덕’에 빠진 듯하다.
시민들 사이에선 “시장이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느니 “제발 양심 좀 보여 달라”는 소리가 거침없이 나온다. 앞에선 ‘시장님’ 하면서도 뒤에선 ‘손가락질’하는 공무원도 다수다.

집권자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넘쳐나고 반대 세력이 감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임기 초 자치단체장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권력의 권위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의 원인 제공자는 곽 시장 자신이다. 측근들의 백발회 관권 부정선거도 모자라 선거 범죄자를 정무실장에 인선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계속해서 벌인 대가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 중 일부는 국정원 정보기관에서 댓글로 선거 개입했다고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다. 그런데 그 당의 자치단체장은 아예 정무비서와 대외협력관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자신이 임명한 측근 가운데 총 6명이 구속됐다.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려도 백발회원들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다.

대통령과 곽 시장 중 누구의 죄가 더 악질인가?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상대 후보에 대한 도청을 추진하며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그해 치러진 선거에서 도청 사건은 영향을 주지 못했고, 닉슨은 무난히 재선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 재판 과정에서 닉슨이 부정 선거에 개입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국민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 유명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국정원이 댓글 등으로 선거에 개입한 박근혜 대통령이나 측근과 공무원이 백발회 관권 불법 선거를 저지른 곽상욱 오산시장은 대한민국에서 정치한다는 것이 다행일 것이다. 선진 민주사회였다면 그들은 당장 권력에서 쫓겨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곽 시장에게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대오각성하고 정도로 가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비리와 실정에 대해 비판하는 세력을 탄압하며 독재로 가는 길이다. 현재까지 곽 시장이 지역 사회에 보여준 모습은 후자이다.

곽 시장은 유죄판결 받은 백발회원과 단절하기보다는 오산시 산하 사회단체 간부로 재배치했다.
한술 더 떠 2010년 자신과 함께 부정선거로 벌금 80만원의 유죄판결 받은 범죄자 전 0000신문 대표 K 씨를 정무실장에 임명했다.
곽 시장이 관권 부정선거나 권언유착과 단절할 의지가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산시 행정을 책임지는 곽 시장과 정무실장이 2010년, 2014년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에 직, 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백발회 재판 당시 곽 시장 측은 “6.4 지방선거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6대4 정도로 상대 후보를 앞서고 있었으므로 백발회의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형량을 낮추고자 법정에선 한껏 몸을 낮추고는 정작 시민에겐 백발회 관련해서 한 마디의 사과조차 아직껏 없다. 이렇게 뻔뻔하고 무책임한 정치세력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백발회 사건과 부정선거 범죄자를 공직사회로 끌어들인 ‘갑’질 인사만으로도 곽 시장은 이미 죄인이다.
그러나 염치를 모르는 곽 시장 측의 시민 우롱 행정은 그치지 않는다.

‘행정홍보비 집행 기준’을 통한 언론 통제 의혹, 비판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시민단체 동향 파악 보고, 불법이 의심되는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 관리 등 억압과 통제가 강화됐다.
시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도 보란 듯이 자치단체장들 간의 사조직 청목회 차원의 고급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공무원을 대동한 2명 외유에 700여만 원의 혈세를 펑펑 써댔다.

곽 시장 세력의 가장 큰 잘못은 ‘부정선거를 저질러도 선거에서 승리하면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 ‘승리하면 인사와 이권 등 모든 것을 독식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지역 사회에 만연시켰다는 점이다.

교육도시, 혁신교육, 보육시범도시, 청렴도시, 열린 행정의 정당성이 완전히 무너졌다. 곽 시장 자신에 의해서.

곽 시장은 관권 부정선거 여파로 신년 기자 회견조차 하지 못했다.
새로운 지역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집권 초기, 지역 사회의 희망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작년 말 의회에서 시 집행부는 혈세 낭비성 반서민 예산안으로 지역 여당이 주도한 난장판 의회의 발단을 제공했다.

인근 수원, 화성, 평택 등은 시 차원의 역동적인 행정으로 지역의 발전 정도가 눈부시다.
반면 축제와 행사에만 정신이 팔려 몇 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오산은 비어가는 시 곳간에 대한 우려만 커지고 있다. 언제 오산이 주변 거대 도시에 흡수 통합될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는 곽 시장 집행부의 수준 이하의 행정에 시민은 냉소한다.
“곽 시장 하는 걸 보면 또 어떠한 사고(?)를 칠지 걱정이다. 더 이상 기대가 없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기만 바랄 뿐이다”고 하는 한 시민의 반응은 현재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이래서는 지역 사회의 통합과 대중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낼 수가 없다.

문제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도 이를 해결할 방법도, 대안세력도 마땅치 않다는 점에 있다.
상당수의 시민이 “오산 새정치민주연합과 곽상욱 집권세력의 온갖 부정·비리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전혀 견제와 비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들만의 세상인 지역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절망감을 토로한다.

공형식이 이끄는 새누리 야당과 오산시 공무원노조,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요 사회세력의 책임 방기와 무능이 아쉽다.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듯이 지역에서도 적폐가 청산되지 못하면 불행은 되풀이된다. 2010년의 곽 시장 부정선거가 척결되지 못해 2014년에 더 큰 관권 불법 선거로 되살아 난 것이 잘 보여준다.

부정과 비리에 대한 ‘망각’과 단죄하지 못하는 ‘안일함’은 문제 해결의 가장 큰 난관이다.

부정한 권력이 지역을 더욱 타락시키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 아니면 엄정한 비판과 척결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의 희망을 열어 갈 것인지, 선택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사설] 조백현 발행인  mail@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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