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행궁광장은 약 10년 전에 조성됐다. 지금은 광장 이지만 10년 전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있었다는 우체국 건물이 광장의 오른 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있었던 우체국이 헐리고 그 자리에 광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광장 주변이 정리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갖추어졌다. 봄과 가을에는 많은 학생들이 봄 소풍을 오는 명소가 되었으며, 사시사철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수원의 명소가 됐다. 굳이 무엇을 계획하지 않아도 광장에 오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아이들과 여인들이 연을 날리며 깨를 쏟아내는 수원의 명물 화성행궁광장........

지자체마다 이런 광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체육관이나 운동장이 있기는 해도 열린 공간에 속하는 광장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는 드물다. 광장이 좋은 것은 출입구와 같은 것이 없는 완전 개방형의 모습이기에 누구나 진출입이 자유롭고 걸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연을 날리어도 좋고, 산책을 해도 좋다. 자전거를 타도 좋으며 마음이 가는 사람과 자리를 펴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은 공간이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곳이 광장이다.

아쉽지만 수원화성행궁광장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광장 바닥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조성을 하다 보니 광장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광장 동쪽 바닥을 보면 정조 임금의 반차도 행렬이 음각되어 있어 사람과 자전거의 통행이 불편하고, 바퀴가 작은 인라인, 보행기, 유모차 등의 통행이 불편하다는 것과 광장 주변으로 나무 그늘이 너무 부족해 5월 이후 사람들이 광장을 보며 쉴 곳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부족하다.

뜬금없이 광장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난 1961년 소설가 최인훈이 자신의 소설 ‘광장’을 통해 남과 북이 모두 정치적으로 실패 했다고 규정하면서 광장이 상당히 효율적 공간임에도 이에 대한 인식 자체에 대한 논의가 없어졌음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지역적으로 또는 부동산적으로 만들어진 광장도 인간에게 숨을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시하는 소재다. 우리에게 광장은 부족하지만 사회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열린 광장이 지금보다 더 많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것들이 자유롭게 부딪쳐 만들어질 때 그 안에서 에너지가 발생하고 발생한 에너지는 사회적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 때가 되었다.

남과 생각이 다르다고, 그 다름이 굳이 틀렸다고 우김으로써 승리하는 정치적 폐쇄성은 대한민국 광장 안에서 사라져야 한다. 사회적 광장은 다름이 많을수록 좋고, 많은 다름이 부딪칠 때마다 우리에게는 에너지가 생긴다. 그 에너지가 국민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는 광장 조성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지금은 이데올로기를 벗어버릴 때이다.
 

전경만 편집국장  jkmcoma@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