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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행사 시작 전부터 경찰 병력 1만 3700여명과 차벽 트럭 18대, 차량 470여대를 동원해 행사 참여자들을 겹겹이 차단했다. 차벽을 쌓아 집회의 자유를 봉쇄하는 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이미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이 추모 행사가 폭력 불법 집회로 변질됐다고 비난했지만 법을 준수해야 할 사법기관이 먼저 법을 위반한 셈이다.
보수 언론은 8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를 불순배후이라느니 추모행사가 도를 넘었다느니 매질에 한창이다. 심지어 한 언론은 “우리는 왜 슬픈 ‘세월호 1주기’를 희생자에 대한 경건한 추모와 애도의 정으로 보내지 못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과 실력은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라고 수준 이하의 한탄을 쏟아낸다.
최근에 세월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유가족 및 행사 참여자들의 행동이 점차 과격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이 왜 이렇게밖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이나 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정부와 여당,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보여준 무시와 냉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불과 1년 전 국민은 전원 구조될 수 있었던 꽃다운 청춘들이 해경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참담한 모습을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봐야 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썩은 기업과 이들의 부정을 눈감아 준 썩은 관피아가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심지어 대통령은 국가적 대참사의 날에 7시간 동안의 행적이 묘연하고 세월호 1주기엔 아예 해외로 나가버렸다. 대한민국이 국가인지, 대통령은 있는 것인지 국민이 묻는 이유이다.
어디 이뿐이랴. 세월호 1주기가 다 되도록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사회의 안전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의 방해로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정부가 공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선 조사를 받아야 할 공무원이 오히려 주체가 되어버렸다. 이런 뒤집힌 현실과 타락한 거대한 기득권 구조가 유가족과 국민을 분노케 하고 점차 과격한 행동으로 내몰고 있는 것 아닌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고 참사의 진실을 밝히자고 요구하는 건 유가족과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철저하게 참사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따져야 다시는 이런 비극적이고 후진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것만이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꽃을 위로하고 안전사회를 위한 시스템을 갖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의 과잉 폭력 대응에 대해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적 처사이며, 표현의 자유 및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평화적인 집회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액을 살포한 것은 국제기준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일부 몰지각한 보수언론은 유가족의 상처를 덧내지 말고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한국사회가 안전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데 협조하길 바란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힘겨운 가족들을 투사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 게시물은 뉴스타워님에 의해 2015-05-14 19:50:45 칼럼에서 이동 됨]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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