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정부 산하 기구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부가 진상규명에 협조하기보다 오히려 방해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이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시행령안 폐기 및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416시간 농성에 돌입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의 시행령안이 △특조위의 조사 대상을 정부가 조사한 것에 대한 검증 수준으로 축소 △해수부 등 조사대상 공무원이 오히려 특조위 주도 △특조위 사무처의 인력과 예산 축소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세월호 특별법과 특조위의 조사권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이라고 밝혔다.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 특조위에 파견된 해수부 공무원은 청와대와 여당, 심지어 경찰에까지 특조위의 활동에 대해 보고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초법적이고 불법적인 시행령안을 일개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단독으로 마련했을 리 없다”며 “독립적 국가기구의 시행령이 아니라 청와대가 작성한 진상규명 통제령이며 간섭령”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4·16특별법은 국민 600만 명 서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국민운동에 힘입어 여야합의로 탄생한 법이다. 이 법에 따라 구성된 특조위는 독립적인 국가위원회이다.”라면서 “특조위 조사권과 독립성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특조위 위원들 역시 “정부의 시행령안은 특조위를 정부 산하 기구로 전락시킴으로써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시행령 안은 특조위의 상임위원 5명 가운데 새누리당이 추천한 조대환 부위원장이 진상규명국을 비롯한 모든 업무의 직접 지휘를 맡게 되어 있다. 이석태 위원장을 포함한 나머지 4명의 상임위원은 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
조대환 부위원장은 내부 논의 없이 조사위 설립준비단 명의의 문건을 파견 공무원인 해양수산부 서기관이 작성토록 하고 이를 김재원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사고의 발생 원인과 구조·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잘못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령안을 통해 특조위의 운영을 사실상 여당 추천 상임위원과 정부 공무원이 맡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특조위의 운영이 정부의 간섭과 통제에 놓이게 되면 세월호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이러한 비상 상황을 맞아 특조위는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4월 6일 이후 정부가 시행령 공포를 강행할 경우 원천무효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에서 우리 사회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한국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학생과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다
현재 세월호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교육·종교·노동·시민사회 할 것 없이 각 부문에서 정부의 시행령안 폐기를 요구 중이다. 이들은 정부에게 묻는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할 생각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진실 규명에도 협조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정부가 진상규명을 가로 막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의문에 정부가 떳떳하다면 얼마전 발표한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유족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안을 받아들여 정부 불신을 해소하길 바란다.
[이 게시물은 뉴스타워님에 의해 2015-05-14 19:54:43 칼럼에서 이동 됨]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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