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국무총리, 친박 실세 연루 의혹

성완종 게이트는 한국 사회의 천민성을 여실히 드러낸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듯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재보궐 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생존과 권력 획득을 위한 정치 세력의 혈투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수십조 원의 혈세를 낭비한 자원개발 비리 건으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 경남기업 대표가 억울하다며 자살을 했다. 청와대와 여당, 행정부 등 평소 친분이 있던 정계 권력자들에게 구명을 시도했는데 거절당하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그가 죽으면서 돈을 건넸다고 밝힌 8명의 정치인 명단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뇌물수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는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현역 국무총리, 친박 실세 등 집권 여당의 실세들이다. 김기춘(10만달러), 허태열(7억원), 이완구(3천만원), 홍준표(1억원), 유정복(3억원) 등 하나같이 이름만 들어도 천지가 움찔할 인물들이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2년 박근혜 캠프 조직 총괄본부장이던 홍문종 역시 2억원을 받은 혐의가 불거지면서 대선자금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친박 주요 인물이 망라됐을 뿐만 아니라 대선자금까지 거론되면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까지 뿌리째 의심받는 형국이다.

현재 공세를 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성완종과 연관된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노무현 정부 때 두 번이나 사면복권 혜택을 받았고, 거물급 야당 정치인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여야 할 것 없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내용이 튀어나올지 여의도 정가가 바짝 긴장 상태이다.

과거 차떼기의 추한 몰골을 목격했던 국민은 중견기업에 불과한 경남기업이 이럴진대 과연 재벌과 정치권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지, 전국 각 지자체는 이와 다르지 않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기업과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이 지배 중인 것일까?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경우 금품수수 의혹 정황이 구체적이다.

2013년 4월 4일 오후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이 이 총리를 독대해 현금 3천만원이 든 ‘비타500’ 상자를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완사모)’ 자문임원단 회장인 충남 아산 소재 시내버스 대표 이 모 씨를 65억원 횡령혐의로 구속해 이 씨의 돈이 이 총리 측에 전달됐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홍 지사의 경우 2011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선거운동을 도왔던 윤 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틀린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검찰이 조사하면 제대로 밝히겠다”고 밝혀 정치적 위기로 몰렸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자신이 입원한 병원에 직접 찾아와 홍 지사에게 돈을 직접 전달한 사실을 재확인한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윤 씨는 주장한다.

이로써 사정 정국을 주도하며 부정부패 척결을 국정 제일의 과제로 내세웠던 이 총리는 자신이 사정 1호가 돼야 할 형편이다. 모래시계 검사로 청렴을 내세우고, 혈세를 아껴 써야 한다는 미명하에 아이들의 급식 예산까지 삭감했던 홍 지사 역시 억대의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 검찰은 경남기업 본사 및 관계사 3곳, 성 전 회장 측근 등 11명의 주거지 등에서 다이어리와 수첩류 34개, 휴대전화 21개, 디지털 증거 53개 품목 등 관련 파일 257개를 입수했다. 또한 성 전 회장의 동선 파악을 위해 성 전 회장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단말기도 분석 중이다.

국민은 현 정부의 실세이자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한다.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과 친박 실세들의 뇌물 수수 혐의,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적,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