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의 종손인 도장손 씨는 A 씨와 결혼을 하였다. 그런데 A 씨는 임신불능이었다. 도장손 씨는 이를 이유로 이혼하고자 하나 A 씨가 협의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 재판상 이혼을 할 수 있을까?

협의이혼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기회를 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협의이혼이 안 되면 재판상 이혼을 생각하게 됩니다. 재판상 이혼은 부부 일방이 이혼하기를 원하지만 다른 일방이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 이혼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혼하는 것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또는 시답지 못한 이유로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민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840조 (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잠깐 샛길로 빠지겠습니다. 법령을 보면 보통 아래의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837조 (이혼과 자의 양육책임) ① 당사자는 그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에 의하여 정한다.
② 제1항의 협의는 다음의 사항을 포함하여야 한다.
1. 양육자의 결정
2. 양육비용의 부담
3. 면접교섭권의 행사 여부 및 그 방법

법령에서 원 숫자는 ‘제0항’이라고 읽습니다. 따라서 ‘①’은 ‘제1항’이라고, ‘②’는 ‘제2항’이라고 읽으면 됩니다. 원 숫자가 아닌 숫자는 ‘제0호’라고 읽습니다. 따라서 ‘1.’은 ‘제1호’라고, ‘2.’는 ‘제2호’라고 읽으면 됩니다.

돌아오겠습니다. 재판상 이혼은 위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위 사유 없이 이혼청구를 하면 가정법원은 청구를 기각합니다. 또한, 위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의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자(이를 ‘유책배우자’라고 합니다)가 이혼청구를 하면 역시 기각당합니다. 예를 들면,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하여 집을 나간 남편이 부인을 상대로 민법 제840조 제1호, 제2호의 사유가 있다며 이혼청구를 하면, 기각당합니다. 반대로 부인이 남편을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면 인용됩니다.

사례의 ‘임신불능’은 민법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원인에 해당할까요? 민법 제840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명백합니다.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 여부가 문제입니다.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우리 법원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도장손 씨는 재판상 이혼으로 A 씨와 이혼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배우자의 범죄, 부당한 피임, 성병의 감염, 이유 없는 성교의 거부, 성적 불능, 불치의 정신병, 애정상실, 성격 불일치, 어린이의 학대, 신앙의 차이, 알코올중독, 방탕, 낭비를 위 제6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사소한 불화나 감정의 대립, 한 때 이혼하기로 합의한 후 위자료까지 준 사실, 임신불능을 해당하지 않는다고 각각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익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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