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운 씨는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대지와 그 위의 단독주택을 매수하여 1992. 8. 15.부터 살고 있다. 이행운씨가 매수한 위 대지의 토지대장과 부동산등기부등본상 면적은 500㎡(약 150평)이다. 그런데 옆집과 그 대지의 소유자인 한눈물 씨가 2012. 8. 16. 측량한 결과, 한눈물 씨 소유의 대지 16㎡(약 5평)가 이행운 씨의 마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눈물 씨는 당일 이행운 씨에게 위 대지 16㎡를 돌려달라고 하였다. 돌려줘야 할까?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이행운 씨는 한눈물 씨에게 위 대지 16㎡에 관하여 소유권을 이전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45조 (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제197조 (점유의 태양) ①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행운 씨는 1992. 8. 15.부터 2012. 8. 14.까지 20년간 한눈물 씨 소유의 위 대지 16㎡를 자신이 매수한 대지로 알고 점유하였으므로, 위 민법 제245조 제1항에 따라 2012. 8. 15.부터 한눈물 씨에게 위 대지 16㎡에 관한 소유권의 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눈물 씨가 흔쾌히 소유권을 이전하여 주지는 않을 것이므로, 결국 이행운 씨는 한눈물 씨를 상대로 시효취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행운 씨는 위 소송에서 위 대지 16㎡를 20년간 점유한 사실만 주장, 입증하면 됩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한 요건은 20년간 소유의 의사(자주)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이지만, 민법 제197조 제1항에서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이행운 씨가 자주, 평온 및 공연점유에 관한 사실을 주장, 입증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눈물 씨는 위 소송에서 이행운 씨의 점유가 타주, 폭력 또는 은비(비밀)점유였음을 주장, 입증하면, 이행운 씨의 청구를 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이행운 씨는 전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대지인 것으로 알고 위 대지 16㎡를 마당으로 점유하여온 것이므로 타주, 폭력 또는 은비점유,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소유의 의사 유무는 점유취득의 원인사실에 의하여 외형적, 객관적으로 정하여집니다. 지난 회에서 고의를 판단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점유자의 주관적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점유자가 부동산을 점유하게 된 경위를 보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주택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더라도 주택 임차는 타인 소유의 주택을 빌려 쓰는 것이기 때문에 소유의 의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률적으로만 보면 이행운 씨가 한눈물 씨에게 위 대지 16㎡ 관한 소유권의 이전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웃과 원수 사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좋겠죠?

참고로, 법률용어 중 ‘선의’, ‘악의’는 각각 ‘좋은 뜻’, ‘좋지 않은 뜻’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선의’는 ‘자신의 행위가 법률관계의 발생, 소멸 및 그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모르는 것’을, ‘악의’는 ‘법률관계의 발생·소멸·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사정을 알고 있는 것’을 각각 의미합니다.
 

이익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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