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남편 명의로 분양받은 45평형 아파트의 분양금을 내기 위하여 이익현 씨로부터 4,000만 원을 빌려 분양금을 냈다. 위 아파트는 남편의 유일한 부동산으로서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익현 씨는 변제기가 지나서 부인에게 4,000만 원의 변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부인은 돈이 없다면서 미안하다고만 한다. 남편은 돈이 있다. 이익현 씨가 남편을 상대로 위 4,0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승소할까?

승소합니다. 물론 사례의 사정들이 모두 증거에 의하여 밝혀진 것을 전제로 말입니다.

부인과 남편은 한 사람이 아니므로(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통 부인이 진 빚을 남편이 갚을 의무는 없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의 부도로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된 대표이사가 배우자의 돈으로 잘 먹고 잘사는 경우를 현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습니다.

민법
제832조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삼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미 제삼자에 대하여 다른 일방의 책임없음을 명시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아래는 위 민법 832조와 관련된 판례 중 발췌한 것입니다.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6877 판결
민법 제832조에서 말하는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라 함은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데 통상 필요한 법률행위를 말하므로 그 내용과 범위는 그 부부공동체의 생활 구조, 정도와 그 부부의 생활 장소인 지역사회의 사회통념에 의하여 결정되며, 문제가 된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당해 부부의 일상의 가사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의 종류·성질 등 객관적 사정과 함께 가사처리자의 주관적 의사와 목적,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금전차용행위도 금액, 차용 목적, 실제의 지출용도, 기타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것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아파트 구입비용 명목으로 차용한 경우 그와 같은 비용의 지출이 부부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위 판례에 비추어 보면, 사례에서 부인이 이익현 씨로부터 4,000만 원을 빌린 행위는 일상가사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남편은 민법 제832조에 의하여 위 4,000만 원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익현 씨의 남편에 대한 위 4,000만 원의 지급 청구의 소는 승소하는 것입니다.

사안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어떤 행위가 일상가사행위인지는 사안마다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익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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