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현 씨는 오후 3시에 미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지마 씨가 50m 전방에서 손에 든 칼로 사람들을 마구 찌르면서 이익현 씨에게 다가왔다. 막다른 길이어서 도망갈 수 없었던 이익현 씨는 다가온 문지마 씨의 머리를 쟁반으로 힘껏 후려쳤다. 문지마 씨는 기절하였다. 이익현 씨는 처벌될까?

오랜 시간 동안의 협박과 폭행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하여 범인들이 불러온 구급차 안에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면, 외부적으로 어떤 상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생리적 기능에 훼손을 입어 신체에 대한 상해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 판례이므로(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도2529 판결), 이익현 씨는 상해로 처벌될까요?

이익현 씨는 처벌이 안 됩니다.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우리 형법은 위 제21조 제1항과 같이 정당방위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남에게 가하여지는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하여 침해자에게 어쩔 수 없이 취하는 가해 행위를 말합니다.

사안에서, 이익현 씨는 칼에 찔리지 않기 위하여 문지마 씨의 머리를 쟁반으로 후려친 것으로 전형적인 정당방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익현 씨는 처벌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당방위와 관련하여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침해를 방위하기 위하여 적합하고 필요한 행위만이 정당방위로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주먹을 날리는 상대방을 칼로 찌른 경우, 칼로 찌르려는 상대방을 기절시킨 후 목을 졸라 죽인 경우에는 각각 상당한 이유가 없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현실에서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싸움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통상적인 싸움에서는 가해행위가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싸움 중에도 상대방이 갑자기 칼이나 의자를 들어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익현  변호사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