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한민국 국민인 오인해 씨는 아마존 밀림 깊숙한 곳에서 사냥 중 같이 사냥을 온 나몰라 씨를 죽이려고 고릴라로 위장한 나몰라 씨를 향하여 총을 발사하였다. 그런데 죽어 있는 것은 진짜 고릴라였다.

<사례2> 대한민국 국민인 오인해 씨는 아마존 밀림 깊숙한 곳에서 혼자 사냥 중 고릴라로 보이는 동물을 향하여 총을 발사하였다. 그런데 죽어 있는 것은 고릴라로 위장한 나몰라 씨였다.

<사례3> 대한민국 국민인 오인해 씨는 아마존 밀림 깊숙한 곳에서 나몰라 씨를 죽이려고 나몰라 씨로 보이는 사람을 상대로 총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죽어 있는 것은 난알아 씨였다.

위 각각의 사례에서 오인해를 대한민국에서 처벌할 수 있을까? 처벌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처벌될까?(아마존에서 고릴라를 사냥하는 것이 불법이 아님을 전제로 합니다)

형법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

형법 제3조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죄를 범한 경우에도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국내에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위 각각의 사례는 형법학의 ‘객체의 착오’에 관한 것입니다. 객체의 착오는 그 말 그대로 범행 대상을 잘못 알았다는 것입니다.

<사례1>의 경우 오인해 씨는 처벌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오인해 씨가 나몰라 씨를 죽이려고 한 것을 아는 사람은 오인해 씨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인해 씨가 나몰라 씨를 죽이려다가 고릴라를 죽인 것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오인해 씨는 나몰라 씨에 대한 살인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사례2>의 경우 오인해 씨는 나몰라 씨를 죽이겠다는 생각(고의)이 없었으므로 살인죄로 처벌되지는 않고, 나몰라 씨에 대한 과실치사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몰라 씨가 오인해 씨와 같이 사냥을 온 사람이 아니고 아마존 밀림 깊숙한 곳이었으며 나몰라 씨가 고릴라로 위장까지 한 상황이었으므로 오인해 씨가 나몰라 씨를 고릴라로 오인하고 죽인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례3>의 경우 오인해 씨는 난알아 씨를 죽이겠다는 고의가 없었으므로 난알아 씨에 대한 살인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오인해 씨는 난알아 씨에 대한 살인죄로 처벌됩니다.

판례는 나몰라 씨와 난알아 씨는 형법의 살인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오인해 씨가 난알아 씨를 나몰라 씨로 오인한 것이 오인해 씨를 난알아 씨에 대한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리고 오인해 씨가 나몰라 씨를 죽이려다가 난알아 씨를 죽인 것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오인해 씨는 나몰라 씨에 대한 살인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익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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