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1세의 갑은 건널목을 걷다가 실수로 손등으로 A 씨의 엉덩이를 건드렸다는 공소사실의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청구를 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하였다. 재판장은 갑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갑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겠다고 한다. 갑은 어리둥절하다. 국선변호인이 뭐지? 돈을 내야 하는 건가? 국선변호인이 선임될 정도로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것인가?

우선, 재판장은 재판을 주관하는 판사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재판에 출석해서 법대에 앉아 있는 판사에게 “판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틀린 것입니다. “재판장님!”이 맞습니다. 법대에 판사가 한 명 앉아있다면 그 판사가 재판장이고, 법대에 판사가 세 명 앉아있다면 가운데 앉아있는 판사가 재판장입니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 관계없이 같습니다.

변호인은 형사절차에서 피의자나 피고인과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피의자나 피고인을 위하여 일하는 변호사를 말합니다(피의자는 경찰과 검찰에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말하고, 피고인은 형사재판에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민사절차에서는 “원고 000의 소송대리인 이익현 변호사입니다.”라고 말하지만, 형사절차에서는 “피고인 000을 위한 변호인 이익현 변호사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국선변호인(國選辯護人)은 한자의 뜻대로 국가가 선임하여 주는 변호인을 말합니다. 물론, 변호사입니다. 무료입니다. 그런데 사례에서 왜 재판장은 갑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갑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준다고 하였을까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때문입니다. 엄청난 사건에 휘말려서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3조(국선변호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이 구속된 때
2.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3.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
4. 피고인이 농아자인 때
5. 피고인이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6.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②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③ 법원은 피고인의 연령·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 내지 호에 해당하면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돈이 없어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장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달라고 청구하면, 재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줍니다. 미리 법원에 비치된 국선변호인선정청구서를 민원실에 제출하여도 되고,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서 재판장에게 직접 청구를 하여도 됩니다.

국선변호인은 무료이므로, 재판장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드릴까요?”라고 물으면, “네!”라고 답하십시오. 손해 볼 것은 시간인데, 시간만 괜찮다면 국선변호인의 조력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백번 낫습니다.
 

이익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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