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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 ⓒ오산시의회 | ||||
나는 오산청소년합창단의 예찬자이다. 연두색 블라우스에 청색 치마를 입은 학생들의 고전적인 의상은 어쩐지 추억의 리틀엔젤스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미션 (Mission)의 OST, River로 첫 무대를 연 오산청소년합창단은 참으로 품위가 있었다. 그들의 절제된 소리와 세련된 무대매너, 청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선곡에서는 지도자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뮤지컬 ‘구유의 신비’ (Manger Song)를 공연할 때는 몇몇 학생들이 마이크를 바꿔가며 영어 멘트를 했는데 사실 나는 그 발음에 넋을 잃고 말았다. 어떻게 연습을 했기에 모두가 저렇게 영어를 잘 할 수 있단 말인가? 노래는 물론이고 원어민과 똑같은 발음을 구사하는 그들의 영어능력은 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 큰 강당을 다 활용하며 관객에게 다가오는 오산청소년합창단은 규모도 규모려니와 관객과 하나되는 하모니의 극치였다. 마치 완벽한 분장을 하고 샤롯데 공연장 구석구석에서 가볍게 튀어나오는 뮤지컬 캣츠의 캐스트들처럼, 브로드웨이 민스코프극장에서 웅장한 서곡을 부르며 공연장을 가로지르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캐스트들처럼 그들은 늘 가슴 부푸는 감동을 선사한다.
한양대 성악과 명예교수이고 한국 오페라계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박수길 선생님이 지휘하는 노아 남성콰이어는 멋진 신중년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았다. 중후한 목소리로 ‘꽃 파는 아가씨’와 ‘하나님께 영광’을 부르는 그들은 치열한 젊은 시절을 살고 이제 아름다운 노년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박수길 선생님이 지휘하고 은발의 신사들이 무대에 선다는 자체가 엔돌핀을 돌게 한다.
일본에서 오신 나리타 악우 합창단과 JAL 항공 합창단이 부르는 세 곡의 일본 노래를 듣자니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합창단의 평균 나이가 70세라고 하는데 오랜 시간 서서 공연하기 힘든 인생의 황혼기에 비행기를 타고 이웃나라에 와서 노래로 하나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간디 자서전을 읽다 보면 ‘영국은 나쁘나 영국 사람은 나쁘지 않다’는 간디의 독백을 들을 수 있는데 이들의 공연을 보며 한일 양국의 외교관계가 삐거덕 거리는 작금에 ‘일본은 맘에 들지 않아도 일본 사람은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합창단원들과 오산시민합창단, 그리고 코리안체임버 오케스트라단이 오산문예회관 대강당 무대에 올라 고향의 봄과 베토벤의 9번 합창교향곡 4악장을 연주할 때는 그 웅장함에 가슴이 울렸다.
나는 문화재단의 설립 이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오산문화를 만들어가는 재단 식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오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수준 높은 음악을 하는 오산청소년합창단이나 오산시민합창단, 더 나아가 오산의 자랑거리인 오산여성합창단에 들어오기 위해 애쓰는 타 도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갖는다. 오산을 주축으로 한 실력있는 예술집단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오산시가 명품 도시라는 증거이다. 서울대학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구성하나 서울에 있고, 하버드대학교는 세계인들이 구성하나 미국을 빛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 희망을 오산에서 읽는 이 밤은 찬란하기 그지없다.
최인혜 오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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