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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진 공인회계사. ⓒ이윤진 | ||||
지금의 지자체 상황은 어떨까? 제2,3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의 재정수입 감소와 부채 증가,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개발사업 부실 등의 악순환 고리에 대부분의 지자체가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자체적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통계에 따르면 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4년 평균 57.4%에서 올해 51.1%로 낮아져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고보조사업의 형태로 시행되는 사회복지사업이 확대되어 의존수입(국고보조금)이 급속히 증가된 반면, 경제 위기 등의 여파로 자체수입 증가율이 의존수입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그렇다면 지방재정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이 낮은데 있다. 국내 지자체는 ‘2할 자치’에 불과하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이 21%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40%가 넘는다. 게다가 경기 변동 등에 따라 세입 변화가 별로 없는 취득세, 등록세 및 재산세와 같은 비탄력적이며 조세저항 가능성이 높은 재산 과세의 비중은 40%대로 높은 반면, 보다 탄력적인 소득 및 소비 과세 비중은 각각 10%대에 불과하다.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지방소비세를 도입하였지만 그 전환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최근 공표된 취득세 영구 인하는 지자체 세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지방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는 복지비와 같은 경직적 지출이 늘고 있는 점이다. 지자체 재정 지출을 기능별로 보면 90년대 초반에는 산업ㆍ중소기업 등 경제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현재는 사회복지ㆍ환경보호ㆍ보건 등 복지성 지출 비중이 가장 높다.
셋째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행사와 축제성 경비 그리고 민간 사회단체에 대한 지원과 같은 선심성 예산 증가도 재정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 받은 '지자체 행사 및 축제성 관련 경비'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 올해까지 5조6000억 원의 예산이 이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약 9300억 원의 예산이 사용된 셈이다. 지자체장이 선호하는 축제, 전시박람회, 체육대회 관련 경비가 꾸준히 증가한 것이다.
넷째는 지자체장의 경영마인드 결핍도 큰 문제다. 경기 침체에 따라 수입은 줄었으나 오히려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공약사업과 각종 개발사업 추진, 청사 신ㆍ증축, 선심성 행사ㆍ축제에 과다하게 돈을 썼다. 주민들은 개발을 원하는데 지자체의 가용자원은 미미한 상황에서 지자체장들은 자체적으로 빚을 얻거나 지방공기업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사업을 벌였다. 호화청사 건설에 돈을 쏟아부었고, 많은 지자체들이 경쟁하듯이 도시철도나 경전철, 대형 경기장 건설에 나섰다. 없는 돈을 마련하려다 보니 채권 발행액이 늘어 지난해 지방정부와 산하 공기업의 부채총액이 100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재정력이 열악한 지자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거나, 재정 낭비를 하더라도 중앙정부가 벌칙을 부과하지 않고 교부세나 보조금으로 막아준 데 있다. 정부 재원을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지자체장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
지방재정 위기, 그 해법은 없는 것인가?
지방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일단 중앙정부의 인식과 시각이 변해야 한다. 지자체를 단순한 국가의 대리인이 아닌,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며 중앙정부의 협력적인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 시작은 국세의 비중을 낮추고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는데 있다. 실제로 전 세계 42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 지수와 지방정부의 조세 자율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 등 지방정부에 의한 의존재원의 영역을 좁히고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율 재원에 의한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현재 8:2라면 점차 7:3 또는 6:4로 지방세의 비중을 확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지방소비세의 전환율을 확대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 수입의 특정 지역 편중 때문에 수도권에는 재정 확충이 되지만, 비수도권은 그렇지 못하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지자체도 역시 성년에 맞는 성숙한 자세와 태도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그동안 중앙의 의도와 필요성에 의해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왔지만, 자치단체도 지방세 등 자주재원 확충보다는 지방교부세 등 의존재원에 의한 확충에 의지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중앙에 대한 의존성은 지속되고, 지역주민도 직접 비용을 부담하기 보다는 가급적 남의 돈으로 우선 쓰고 보자는 의식이 팽배하게 되었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일상경비 절감과 신규사업 자제, 지방채 발행 등 소극적인 자구책 뿐만아니라 공유재산 매각 등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산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납세자, 즉 지역주민들이 예산정책에 보다 적극 참여하고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돼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선심성, 낭비성 사업에 대한 사전적인 제어와 관리를 지자체 스스로의 책임 하에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2010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적으로 도입되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재정 운영에 대한 지역주민의 직접 참여제도인 동시에 지방재정 운용에 대한 시민적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형식적인 제도로 단순히 주민제안제도나 예산공청회제도 등의 도입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역의 특성에 따른 추가적인 재정 수요는 지방세의 세율 인상이나 과세대상의 확대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주민들의 인식과 의지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주민들 스스로도 편익만을 향유하기보다는 비용 부담을 당연시하는 풍토 조성이 중요하며, 재원 부담이 곧 자율성의 확보라는 측면을 명심해야 하겠다.
이윤진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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