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태영 작가. ⓒ물향기신문

일반인들은 연예인, 특히 배우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대에 위에서 환한 조명을 받으며 시적(詩的)인 대사를 읊어대는 그들.
연극이 끝나면 관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 세례를 받는 배우들.
그들의 삶에 대해 보통사람들은 무한한 환상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려한 박수와 함께 커튼 콜이 끝나면, 배우들은 분장실 거울 앞에 홀로 앉아 분장을 지운다. 그리고 몇 달째 밀린 아파트 월세와 냉장고 월부금에 한숨을 쉰다. 분장을 지우는 순간 무대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아름다운 공주는 사라지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난한 본 얼굴로 돌아가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의 삶과 현실의 삶이 너무 달라 갑자기 허탈해진다. 그 허탈함을 달래기 위해 술집으로 달려가지만 주머니 사정 때문에 제대로 된 안주 하나 시킬 수 없다.
어느 세계나 마찬가지지만 성공한 1-2%의 배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배우는 이름만 화려하지 가난에 시달린다. 그것이 현실이다. 아니 10%까지는 그냥저냥 중류 정도의 생활을 한다고 치자. 그 나머지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허덕인다. 스크린을 장식하는 은막의 스타들,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없다. 오죽하면 시나리오를 쓰던 촉망 받던 젊은 여류 작가가 자살하겠는가.

그래서 연극인 복지재단에서는 작은 프로그램 하나를 신설했다. 평생 배우로 살아 다른 직업을 찾을 수도 없는데, 그나마 늙어서 무대에 설 기회마저 잃어가는 노배우들의 복지를 위해 만든 <우리 옆집에 배우가 산다> 프로그램이다.
예전 같으면 그들은 원로배우 대접을 받을 분들이다. 그러나 수명은 길어지고 젊은 배우는 늘어나고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아름답고 어찌 보면 슬픈 예술인의 뒷모습이다.
어쨌든 복지차원의 프로그램이 추진 중인데, 과연 참가하는 노배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그 성공여부는 점칠 수 없다.
왜냐하면 배우가 사는 집을 작은 극장, 작은 무대로 꾸민다는 구상인데, 그들 대부분은 집이 없는 사람들이다. 복지를 위한 구상은 좋았지만 실제 문제와 부닥치니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지하방에 세 들어 사는 배우도 있는데 지하실 그 작은 공간을 어떤 관객이 찾아가겠는가.

그러나 어디 배우의 삶만 그렇겠는가? 주변을 돌아보면 1인당 GNP 24000불 시대의 뒤안길에 어두운 구석은 너무 많다. 독거노인으로부터 소년소녀 가장 등 복지 사각지대에 몰린 사람들이 한두 명이겠는가.
1인당 GNP 24000불이라면 만만한 국력이 아니다. 그러나 돈은 상위 1-2% 로열 계층 쪽으로 몰리고 서민들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 국민복지에 신경을 쓴다. 그러나 그 예산은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연극인 복지처럼 구상은 좋았는데 실행에 어떤 착오가 생긴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말만 화려한 전시행정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침 며칠 전엔 경남 도지사 홍준표와 새 정치연합 대표 문재인 의원이 만났다.
학생 무상급식 문제로 만난 것이다.
경남 도지사 홍준표는 “학교는 밥 먹으러 다니는 곳이 아니다!” 라며 무상급식에 들어갈 예산을 <가난한 학생을 위한 좋은 교육> 쪽으로 돌리겠다는 것이고, 문재인 대표는 <학생의 평등권>을 주장했다.
두 사람 얘기를 들으면 이쪽도 맞고 저쪽도 맞는 것 같다. 바로 이상과 현실의 문제인 것 같다. 어느 한쪽만 고집하지 말고 끝없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만 복지 예산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는 누수 현상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은 조금씩이나마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오태영  극작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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