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우리나라에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흥기가 있었다. 정조의 즉위로 많은 개혁들이 진행됐다. 노비를 잡아들이는 내소사 추심원이 폐쇄되어 사실상 도망간 노비는 평민이 될 수 있었으며, 탕평을 통해 새로운 학문(실학)이 들어와 농사를 짓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시대에 들어서 저수지 농법의 개발로 농업생산력이 증대 됐으며 천주학도 용인됐다.
그러나 정조의 개혁은 미완으로 끝났다. 너무 빨리 정조가 죽는 바람에 영조의 계비(정순왕후)가 수렴청정(순조 4년 까지)을 통해 너무 많은 인재들을 죽였기 때문에 조선은 쉽게 일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정조가 사망하자 정약용은 본인도 유배를 갔지만 모든 친인척들이 죽어야 했으며, 박지원, 박제가 등 새로운 학문을 수용한 인재들이 모두 숙청당하며 세계사의 흐름에서 그 맥을 노치고 말았다.
반면 일본은 같은 시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 들여 순조 시대에 발생한 동학의 난을 평정하기 위해 조선을 침탈하기 시작한다.
역사의 반복일까? 남북으로 갈라지고, 동서로 갈라져서 민심은 서로에게 상처만 내며, 타의로 인해 국외로 떠난 동포들은 아직 법적 지위도 완전히 회복돼지 못했는데 노무현은 물러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서 정순왕후처럼 정조시대 미완의 개혁으로 남아있던 모든 것을 다 뒤엎어 버리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강요하는 잘살아 보자는 구호가 언제적 구호인지 헷갈려하는 대통령의 주문은 연일 신문에 실리고 ‘국가경재력 00위’, ‘국민소득 0000 달러진입’을 국민들이 위해 참아야 하며, 경제회생을 위해 국토를 파해쳐 운하를 만들겠으니 국민은 가만있으라는 망발의 보도를 접하면 한숨만 나온다.
굳이 대통령이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 원래 부지런해서 각자 알아서 기업과 협력해서 일 잘한다.
다만 대통령이 할 일 이라면 법적, 물리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기업이 다수의 노동자를 핍박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며, 외국의 부당한 압력이나 협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IMF 이후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빌미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또다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에서의 비정규직의 증가는 기업이윤의 극대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2만불 시대의 자국민에게 비정규직을 강요하는 정부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기업이윤을 줄이고 정규직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것도 향후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부하뇌동한 일부 정치인들이 아침마다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게 되었는지, 어쩌다 이지경 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는지 이해가 잘 안간다. 참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치료가 덜 된 상태다. 아직도 보듬고 가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다. 기업의 일은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지 대통령이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단지 기업활동에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이를 정부가 찾아서 처리해 주는 것이 정도다.
지금의 시대는 돌아 보건대 교육의 시대다.
먼저, 친일을 하면 당대에는 좋을지 몰라도 후대의 역사에서 자손들이 오명을 쓰게 되며 반드시 민족을 배신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일본 육사에 투신 민족에게 총칼을 들이 됐던 사람이 권력의 정점에 오르면서 생긴 우리시대의 비극은 아직도 존재한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조국과 민족을 배신해도 된다고 가르칠 요량 이라면 박정희가 일본육사에 자원입대 안했다는 없었던 역사적 거짓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역사왜곡은 일본이나 중국의 전매특허지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우리 안의 슬픈 자화상을 솔직하게 고백할 때가 됐다.
두 번째로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민족 전체를 모두 함께 어우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안으로는 남과 북이, 더 좁게는 영, 호남이,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가 너무 심하게 대립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역적, 이념적 편견을 버리고 이 모든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서 정치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타의로 조국을 떠난 동포들이 어찌 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시 조국을 등진 사람의 태반이 독립유공자요 투사였다. 이제 와서 그들과 후예들에게 조국이 해줄 것이 없다면 제2, 제4, 제4의 국난이 다가올 때 국민들은 과거처럼 앞장서서 조국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아선상위에 놓여있는 북한 문제에 있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길을 찾아봐야 할 때이지 결코 대결의 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영토 하나하나가 다 우리 것이며, 북한 주민도 다 우리 국민이다. 그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북한주민을 위협하고 있는 칼자루를 어떻게 설득해서 곱게 물러나게 할 것인지 더욱 노력해야 한다. 협박자들의 요구가 때로 지나치다고 대결의 장을 벌여 우리국민 전체를 위험하게 만드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대통령이 국정운영 능력이 아직 모자라고 미비하다고 할지언정 조선후기 정조의 개혁을 되돌린 정순왕후 이거나 순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집권초반의 흔들림이 다시없는 보약 이라고 겸허하게 인정하며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때 보다 좋은 대통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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