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과의 추가협상(Negotition)으로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미만 쇠고기 안 들어오게 됐다. 미국정부는 미 육류업계의 자율규제프로그램인 QSA를 보증(Guarantee)하겠다”고 발표 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이와는 다르게 추가 협상을 설명한다. 김종훈 통산본부장과 7일간 협상을 주도해 왔던 미국 측의 통상책임자 ‘수전 슈워브’는 Negotition(협상)이라는 단어 말고 Discussin(논의)라는 말을 했다.
이어, Guarantee(보증)이라는 용어 대신 Surpport(지지)라는 말로 바꾸어 추가협상을 설명했다. 이 소식을 접하는 당사자인 한국인으로서는 그저 황당할 뿐이다. ‘논의와 협상’, 그리고 ‘보증과 지지’는 엄연히 틀린 말이다.
논의가 법적인 효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논의는 Fact에 대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고 ‘협상’은 Fact에 대한 사실 인정이다. 그래서 논의 끝에 협상에 이르는 것이다. 논의만 했다는 미국과 그것이 협상이었다는 한국, 결정적으로 서명이 없는 협상문을 국민에게 믿어 달라는 정부를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부와 미국 쪽의 설명이 서로 다른 경우,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도 한 쪽에선 이번 추가 협상이 90% 만족할만하다는 논평을 내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기대치의 10%에도 못 미치니 재협상을 하라고 한다.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한술 더 떠, 협상문 공개도 하지 않고 고시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이 정부를 더욱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당분간 고시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하루 만에 바꿔, 고시 더 늦출 수 없다는 정부측의 입장을 수용, 고시 ‘강행’이 아니고 순행이라며 지난 26일 고시를 지지했다.
단 며칠 만에 국민들을 혼란하게 만든 보증과 지지, 협상과 논의, 강행과 순행 등은 국민과 정부 간의 불신만큼이나 높은 산성을 쌓았다.
이미 정부와 국민 간에는 세종로의 명박산성과 토성으로 나누어져 있는 만큼의 불신이 또 하나의 성을 쌓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2달이 다 가도록 꺼질줄 모르는 촛불을 강제로 끄려고만 하려는 정부와 이를 막아내고자 하는 국민들 간의 사투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부가 제일먼저 할 일은 언어선택의 중요함을 깨닫고 그 안에 거짓을 담으면 안 된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신뢰가 회복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긴 시간 내내 촛불을 들어야 하는 국민들도 피곤하고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정부도 피곤할 것이다. 양치기 정부란 오명을 벗기 위한 정부의 시급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국장 전경만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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