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4월 이었다. 경기도 화성시에 출입하는 C모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히 만나자는 것이다. 좋은 취재거리가 있나 해서 달려 나갔다. C기자는 경기도교육청에 출입 하는 사람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며  L양의 사연을 나에게 넘겨줬다.

사연은 이랬다.
수원시내의 인문계 고교에 다니면서 전국체전에 출전해 메달을 10여개나 받은 학생이 대학도 못가고 실업팀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L양의 코치가 “너는 가난하니까 실업팀에 입단하게 해주겠다.”며 L양의 진학을 막은 것이었다.

알아보니 실제로 L양은 전국체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으며, 가정형편은 딱할 만큼 어려웠다. 부모님도 없이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자신의 장학금을 쪼개 봉양하며 생활을 해 온 반듯한 학생 이었다.

실업팀에 진학을 못한 L양은 빵집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는 상태였다.

하루 종일 수소문 끝에 L양이 일하는 빵집을 찾아내 만날 수 있었다. L양에게 그동안의 경위를 좀 말해달라고 했더니 그저 울기만 했다.
그래서 경기도 교육청 담당 장학사를 전화로 불렀다. “어떻게 희망경기 교육 이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경기도 교육청이 경기도 꿈나무들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화가 나서 나이가  많으신 장학사 분에게 험한 말을 했다.
“교사자격증도 없는 코치가 진학지도를 한답시고 학생을 거리로 몰아냈는지, 그리고 왜 실업팀에 못 갔는지 밝혀 달라.”고 했지만 담당 장학사 분도 L양의 손만 잡고 눈물만 보이고 교육청으로 돌아갔다.

이래서 담배를 못 끊고  술을 입에 달고 살지!, 한 숨만 나왔다.
다음날 L양이 입단하기로 되어 있었다는 경기도체육회에 찾아가 경위를 물어봤다.

L양이 들어갈 자리에는 이미 공주에서 스카우트해온 사람이 자리를 꿰고 있었다.
“경기도 체육회라면서 경기도 꿈나무를 입단 시키는 것이 원칙이지 왜 타도에서 스카우트 했느냐?”는 질문에 답변자 왈 “공주에서 온 학생은 대학생 이고, 기자분이 말씀 하시는 학생은 졸업당시 국가대표도 아니고 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그리고 펜싱은 수구보다 체전 점수가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TO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는 것이다.

경기성적표로만 보면 둘 다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따져 물었다. “L양은 경기도 꿈나무고 장비조차 구입할 돈이 없어서 남의 장비로 이정도 성적 냈으면 타 시군 선수대신 경기도가 구제하는 것이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요지부동이다.

결국, 다음날 경기도교육감 기자회견이 있기에 그 자리에서 L양의 선처를 호소했지만 “그런 일은 교육감이 일일이 모른다. 보고조차 못 받았다.”는 답변과 “이제 L양은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됐기 때문에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참담한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고개를 숙이고 경기도 교육청을 나서는데 휑하니 큰 간판이 보였다. “희망 경기교육” 아나 “절망 경기교육이지 어떤 게 희망이야”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는 기자회견장에서 아이의 선처를 호소한 나나 장학사만 바보 된 것이다. 물론 L양의 꿈도 날아갔다.

잘 나가는 피겨퀸 김연아 선수가 경기도 교육의 글로벌 인재육성 모델 이라며 같이 사진 찍고, 이제는 경기도 교육청이 굳이 안 도와줘도 탄탄대로인 연아 선수를 “도와주겠다.”며 난리를 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가난하고 힘없는 아이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 경기도 교육청 고위직의 모습에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그때 현직의 교육감이 도지사에게 경기도 꿈나무가 경기도 체육회에 입단 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라고 물어만 주었어도 좋았을 것을 말이다.

이번 4월 8일 치러지는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는 우수한 성적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경기도 꿈나무의 미래를 위해 도지사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현재 L양은 좋아하던 칼(펜싱)을 버리고 아르바이트 하던 빵집에서 제빵사 자격증을 따가지고 여전히 빵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