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리포트 칼럼
최근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를 도왔다는 동료의사들을 고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늘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있었던 낙태문제가 갑자기 이슈화되는 사연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인구감소를 막자는 정부의 숨은 의도도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 썩 개운한 뉴스는 아니다.
전파매체도 은근슬쩍 광고나 드라마에 낙태가 중요한 범죄처럼 다루며 끼워 넣기를 하고 있다. 어른과 어린이 한명만 등장하던 광고에서 아이가 여럿 등장하는 광고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다.
정부나 사회 일각에서 인구수 감소를 염려해 ‘아이를 낳자, 낙태를 줄이자’는 의도는 좋기는 하지만 아이 낳기를 강조하고 낙태를 그만해 달라고 주문하기 전에 사회의 시스템부터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는 것 같다.
아이 한명이 태어나면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소요되는 경제적비용의 대부분은 부모가 지불해야 한다. 어린이집 한달 30만원, 유치원 월 30만원, 초등학교, 중학교 무상교육 이라고 하지만 과외로 들어가는 비용 많다. 고등학생이 되면 월 100만원은 소요된다. 대학생이 되면 1년에 천 만원 정도의 등록금이 소요된다.
여기에는 식비나 부가로 드는 의료비와 학원비 등은 제외 됐다. 이런 것들을 만족시켜주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부모는 낙태를 결심 하게 된다. 아이를 ‘루저’로 만들어 사회적 차별을 겪으면 부모가 더 아픈 법이다. 그게 싫어서 낙태를 결심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아이 한 명도 이 정부가 강조하는 무한경쟁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어려운데 실탄 지급도 안 된 아이를 무한경쟁의 전쟁터에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낙태는 결정되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를 이해하고 도와준다.
아직 학생이거나 미혼모가 되어야 하는 사람의 처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와 학교장의 명예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버림 받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보건교사들은 학생들 임신이 심각한 수준 이라고 하지만 겉으로는 절대 들어나지 않는 다고 한다. 임신의 사실이 알려지면 당사자는 이미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조차 잡기 어렵다.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임신은 불청객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육아비용이 자신의 월급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임신을 강요하는 어쩌면 조롱에 가까운 표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고아 수출은 여전이 대한민국이 OECD 국가중 1위다. 남의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고 여전히 드라마에서는 ‘내 새끼’를 강조하며 혈육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고아들이 설 자리는 거의 없다.
고아들에 대한 정부의 배려나 대책도 신통한 것은 없다. 정부차원의 배려보다 아직까지 민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회구조가 우리에게 낙태를 강요하고 있으며, 아이를 타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암묵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은 우리 사회에 부지기수로 많이 존재한다. 정부가 낙태를 범죄시하고 아이 낳기를 강조하려면 이런 장막들을 먼저 제거하고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말이나 법으로 만드는 만리장성은 ‘모래탑’보다 부실하다. 가뜩이나 부자만을 위한 정부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정부다. 아이 낳기를 강조하려면 정부는 거미줄처럼 얽혀 서민을 옭아 메고 있는 차별의 장벽부터 제거함이 마땅하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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