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익이 반드시 국가이익만은 아니다.
기업이 비정규직 복지문제를 국가로 떠넘기면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2010년 최저생계비는 4인가족 기준 월 132만원이다.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수급권자의 가구유형 등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그런데 정규직과 같은 시간의 일을 하고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야 하는 비정규직에게 있어 육아와 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다.
여기에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용의 불안은 어느 직종의 정규직 보다 심한 편이다. 비정규직은 노조조차 없기 때문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은 우리가 사는 현실이지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그나마 지방자치제도가 10년이 넘어가면서 이들의 생계와 인권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보완되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의 것은 없다. 경기도가 시행하는 ‘무한돌봄’이라는 제도가 비정규직을 위한 제도는 아니지만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이며, 수원시가 차상위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찾아주기 노력을 하는 것도 결국 기업이 버린 사람들을 정부가 보완하는 일종의 형태다.
넓게 보면, 기조생활 수급자에 해당하는 ‘차상위 계층에 까지 무료급식을 해야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결국은 비정규직이 삶에서 누려야 하지만, 모자라는 부분을 정부의 공공예산으로 보완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복지국가로 가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이런 다양한 기능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기업이 이익을 내기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책임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는 기이한 형태가 계속된다면, 기업은 흑자를 내겠지만 국가재정은 언제나 만성적자를 면하기 어렵게 되고, 정부의 재정지출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기업에서 최대지출 명목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비정규직 채용의 책임을 정부가 져야하는 형태는 길게 보면 망국 가는 길이다. 정규직이 늘어나고 고용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소비지출도 늘어난다. 기업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내수시장이 커지게 되기 때문에 글로벌 위기가 닥쳐오면 내수를 믿고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이 된다.
그러나 기업은 기업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끝없이 비정규직만을 선호하고 양산한다. 우선 눈앞의 골 아픈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다. 비정규직이 내지 못하는 육아, 양육, 교육 비등을 오로지 정부에 전가한 채 말이다.
기업의 이익이 마치 전체 국가의 이익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비정규직에 나누어주기보다는 책임은 정부가 지고, 이익분 만큼의 부족한 세금만 내겠다는 논리는 ‘미래에는 함께 죽자’라는 식의 억지주장이다.
최저생계비 이상의 월급을 보장받고, 고용의 안정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국가 출산율이 늘어나고 내수가 진작된다. 그래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인구수도 감소하고 기업도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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