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2]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정진곤,

출마선언 뒤의 슬픈 현실 '불량 하사품'

지금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 중립보장이라는 지방교육자치의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뻔뻔하게 뒷배경을 드러내 놓고 자랑해야만 할 정도로 소위 유력 후보들 스스로가 불안에 떨고 있다.

현 교육감은 교육감대로 진보당·민주당의 구애를 즐기는 것 같지만 초조하게 그 배경을 기다리고 있고, 새로 링에 오른 여당 후보는 한나라당에 겹쳐 청와대까지 들먹이고 있다.

서로의 그림자만 봐도 놀랄 정도로, 교육자치법 46조를 어겨야 할 정도로, 두 후보 모두 불안하긴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불안한 것은, 두 후보와 배경막이 되어준 두 정당뿐이라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곧 드러날 것이다.

오늘(4월 7일) 드디어(?)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정진곤 예비후보는 더욱 가관이다. 한 달 전에 여당의 ‘내심’을 얻었다며 중앙일간지 한 모퉁이을 빌리더니 경기도에서의 출마가 얼마나 불안했으면 이제 청와대까지 팔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논문 표절로 발령 보류까지 하며 조심스럽게 입성했던 청와대를, 이제는 무엄하게도 자기 형편되는 대로 끌어다 쓰고 있는 판이다. 처음 어렵게 청와대에 들어가던 조심성과는 아주 반대가 되어버렸다. 바야흐로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제가 제 발로 걸어 나오겠느냐”며 은근히 청와대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바쁘고 초조하기는 한 모양이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솔직히 슬프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뭐가 그 분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앞서 말한 ‘오늘 드디어(?)’라는 말에는 생각보다 깊은 의미가 있다. 정진곤 예비후보의 오늘이 핵심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처음 ‘경기도 교육감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기사가 실린 것이 꼭 한 달 전 3월 8일이었다. 그 후 얼마간 고민하더니 일주일 후인 3월 14일 ‘최근 주변의 보수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출마에 대해 의견을 듣고 출마여부를 타진 중’이라고 경인일보에만 흘린다.

즉 일주일 정도 도청 소재지 수원을 비롯해 경기도의 여론을 떠 본 것이다. 그리고 10 여일이 흐른다. 그런데 이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그 경인일보 3월 24일자에 ‘청와대 낙점설까지 돌며 출마가 기정사실화 됐던....최근 불출마를 결정’이라는 기사가 실린다. 다시 여당은 혼란에 빠지고 김영래 교수가 거론되기 시작한다. (이 공백의 10여일을 주목하자.)

그러나 바로 다음날(3월 25일) 같은 신문에 ‘출사표’를 던진다는 내용과 3일 후인 28일 공식 선언을 할 것이라는 조금 느닷없는 기사가 이어진다. 그 후 아시다시피 다시 연기, 4월4일로 또 연기, 그리고 드디어 오늘 미정 중이다가 출마 회견 실행.

참 그분답게, 조용하고 신중하게 은근히 오늘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기 싫은 일을 할 때의 그 고민이 느껴지는 것은 어이된 일일까.

사실 이 모든 비밀은 3월 14일부터 3월24일까지 ‘공백의 10일’에 있다.

작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도 거론되기는 했지만 정진곤 예비후보는 처음부터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그리 탐탁해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인천의 교육감에 무게감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괜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말 유권자는 무게와는 상관없는 현장중심의 좋은 교육감을 원하고 있음에도 정치하는 사람들은 소위 ‘정당 편의주의’ ‘정당 우선주의’에 빠져 그들이 쳐 놓은 덧에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아쉬운 대로 거론되던 분이 바로 정 예비후보였다. 여기에는 또 우리나라 정치사에 꼭 끼어드는 ‘왕 수석’ 이라든지 ‘측근’의 입김이 양념으로 작용한다. 어찌됐든 정 예비후보는 청와대 수석 출신이니 청와대와 당은 어느 정도의 선에서 일치를 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사자와 가족이 문제이다. 어렵게 자라면서 가족의 유대가 남달랐을 경우는 그 걱정이 더 할 것이다. 큰 일을 앞두고 가족 모두 모여 기도회라도 열었을 것이고 사정을 듣고 난 가족은 기도와 상관없이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그리고 만류.


분위기를 알아보러 내려왔던 경기도의 사정도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던 경기도당은 도당대로 ‘자기 코가 석 자’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모두 나서서 도와주거나 가동 인력으로 차출될 인사들이 모두 시장후보로 나서고 있으니, 그것도 9명이나. 한편으로 경기도당은 도당대로 입이 나올 판이었다. 경기도와는 하등 상관없는 사람을 무조건 찍어 내려 보내는 것도 기분이 좋을 리 없고, 이미 ‘자칭’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김진춘씨 등은 '자가발전'과 '대타 세우기'로 소란스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야당은 유시민이라는 선거 흥행사를 내려 보냈으니 소심하고 신경질적이라 소문난 김문수 지사도 위협을 느낄 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기도당의 입장에서 보면 정진곤이라는 후보의 상품성에 불신과 의문이 더 컸을 것이다. 이미 논문 중복게재 또는 표절이라는 소동으로 불량교수로 낙인이 찍혀 있고 실패가 분명하다고 아우성대는 소위 ‘실패한 MB교육'의 성실한 실행자로서 반대편의 강적인 현 교육감을 꺾어주기는커녕 여당 표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홀대했을 확률이 높다. 즉, 경기도당의 입장에서 보면 정진곤 예비후보는 ‘불량 하사품’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이런 징후를 읽은 정진곤 예비후보는 마침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가게 되는 부인 조경원 교수를 따라 미국으로. 그러나 긴급사항, 국내 복귀, 다시 출마 선언, 이판사판, 무조건 경기도당 옆으로... 그 후는 상상에 맡기겠지만 내려오기 전에 정지작업을 희망하는 전근대적 센스 발휘.

그러나 사람을 잘못 골라 실패. 단일화로 짜잔~하고 입성하고 싶은 희망은커녕 헛다리만 짚은 격이 되어 버려 단일화 논의는 우선 용도폐기. (이 문제에 대한 강원춘 예비후보의 의견은 앞으로 계속 개진해 나갈 것임을 알립니다.)

우선 오늘 출마선언을 하시는 정 예비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

그러나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나 가능할 법한 ‘줄 세우기’ ‘배경 자랑하기’‘ 종교 앞세우기’(참고로, 이번 모든 후보들이 교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은 이제 초등학교 줄반장 선거에도 써 먹을 수 없으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수준 높은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위해 함께 힘써 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렇게도 정 예비후보를 위해 정성으로 기도하는 마음이 진정한 경기 교육을 살리는 것으로 수렴될 수 있게, 때로는 '큰 결단'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앞으로 강원춘 후보 홍보지원실에서는 정진곤 예비후보와 아직 출마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안 나오시려나? 혹은 현직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시는 X법을?) 김상곤 현 교육감의 모든 것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연재하려 합니다.

우선, 정진곤 예비후보의 쟁점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양심과 도덕률, 정진곤의 표절 문제

2. 전교조의 전신에 관여하고 전향(?)한 내력

3. 경기도에 내려오기까지의 숨은 사연

4. 정진곤의 슬픈 선택

5. 정진곤이 단일화를 말할 수 없는 이유

6. 김진춘이라는 폭탄을 안고 갈 때의 전망 등등입니다.

강 원 춘 경기도 교육감 예비후보 홍보지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