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승우 경기도장애인야학협의회 지부장
수원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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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내 장애인·인권·노동 단체 회원 30여명은 기자회견 내용이 담긴 구호를 외쳤다. “탈시설 초기 정착금을 지원하고 자립생활 체험홈을 확대하라” ©수원시민신문
언제였던가요. 이런 대화가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얘야, 앞집 앉은뱅이 김씨네 김치 좀 갖다 주거라.”
“아저씨 신 김치 좋아 하시더라. 여보, 김씨네 구들장 한번 손 봐줘야 하지 않겠어요. 날씨 추워지는데.”
“아니 이 사람이, 내가 김씨네 종이여. 꼬박꼬박 시켜 먹게. 당신이 말 안 해두 벌써 낮에 봐 줬어. 그런거 말 안해도 다 챙기니께 걱정 말어. 난 김씨네 종이 아닌, 한 동네 사람이잖어.”
이랬던 시절엔 장애인들은 어딘가 불편한, 그러나 어울려 함께 살아갈 그냥 이웃 주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치워져 버렸습니다.
아마 오늘 기자 회견 때 모인 장애인 동지들 보고 ‘세상 참 좋아졌지, 어디 장애인들이 저리 나돌아 댕겨’ 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참 어렵죠. 참 지랄같죠.
전국에서 가장 많은 폭행, 구타, 착취 등의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시설이 존재하고 있고, 매해 시설 수 및 입소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 어딘지 아십니까.
2009년 경기도 시설 수 71개 입소인원 4,150명. 작년에 그 중 67개소를 경기도가 조사했답니다. 결과는 이상 무입니다. 시설 안에서 자기결정권이 잘 보장되고, 구타도 노동력 착취도 없이 경기도 시설은 깨끗하답니다. 시설비리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얼마나 기만적인 조사 내용입니까.
그런 조사하려면 하지 마세요. 왜 거짓말 하려고, 기름 값 씁니까. 시설 안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2년 전 인가요. 자신의 재산을 종교기관에 시설을 위해 헌납하겠다는 사람에게, 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운영하는 시설이라도 반대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왜 치워져야 합니까.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으로 당당하게 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입소 장애인들이 산 좋고 물 좋은 생활시설에 갇혀 지내는 걸, 간절히 원해서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으로 시설을 해마다 짓는 걸까요.
아니죠. 너무나 명백히 우리는 야만적인 범죄를 묵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다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왠지 보면 무언가 해주어야 할 것 같다는, 같이 살려는 마음대신 눈 앞에서 치워버리려 하는, 이 지랄같은 대한민국 사회 범죄에 동조하는 것입니다. 누가, 바로 경기도 시설정책에 침묵하는 사람들이.
장애인 가족 체계 또는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공간, 소득보장,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서비스 등이 지역사회 내에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해서 대다수의 장애인 당사자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결정으로 인해 시설로 이 사회에서 치워지고 억압된 삶을 강요받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변했습니다. 인권과 자립생활로의 페러다임 변화에 따라 경기도는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과 결정권을 존중하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여 시설장애인과 자립을 원하는 재가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를 위한 재활 및 자립지원서비스를 마련해야 합니다.
시설보호라는 미명하에 장애인을 집단분리 수용하는 시설 수용 정책은 지금 당장 폐기되어야 합니다. 지역에서 장애인이 지역주민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환경구축비용이 시설유지 비용보다 적게 든다는 연구결과가 벌써 몇 년 전에 나왔습니다.
이제 경기도는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위한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 이 글은 신승우 경기도장애인야학협의회 지부장이 4월 7일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과 장애인 8대요구안 경기도전달 기자회견> 때 발표한 거입니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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