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범죄자로 몰아갔을지 의심스럽다.
6세기 고구려가 멸망할 즈음에 고구려 전체 인구는 70만을 넘지 못했고 그중에 90%가 중국으로 넘어 갔다. 오늘날 중국이 고구려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중요한 증거로 제시하는 사료이기도 하다.
왜 고구려인들이 신라보다 중국을 택했는지의 문제는 아직 정확한 학설이 없다. 다만 동족간의 문제는 확실히 있어 보인다.
세월은 천년이 지나고도 훨씬 흘러 지금은 21세기가 됐다. 과거에도 신라와 생각을 달리 가졌거나, 당나라에 반격한, 고구려, 백제인들을 신라인들이 좌파나 빨갱이로 부르며 암묵적 범죄자로 몰아갔을지 의심스럽다.
최근에 민족문제를 생각하거나, 대한제국 독립사를 강조하거나,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거나 하면 좌파라고들 한다. 또 새로운 개혁안을 제출하면 좌파라고들 한다.
무상급식도 좌파이고, 4대강 반대도 좌파이며, 집권당에 반대만 하면 무조건 좌파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참 궁금한 문제다.
좌파 또는 좌익 이라는 개념은 민주주의에서 나온 용어다. 집권당의 반대편 정파를 의미 한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집권당의 반대 정당을 사회적 범죄자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오른쪽 날개도 필요하고 왼쪽 날개도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현재 집권을 했다고 해도 집권하지 못한 다른 정당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는다.
지금은 다른 이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집권당의 포용력이 필요할 때다. 과거 조선에 다른 이의 생각을 포용하지 못해 벌어진 다툼을 우리는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 역사에 만일은 없다고 하지만, 만일 조선에서 정조의 실용과 개혁과 위민의 정신을 계승 했다면 지금 우리의 국가적 지위와 현실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실용, 개혁, 위민을 합치면 좌파 또는 좌빨로 몰아가는 것은 과거의 우매함을 다시 되풀이 하는 것이 된다. 조선 제 22대 임금인 정조가 좌파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을 지금의 시각으로 다시 보면 정조는 좌파다.
정조는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부터 수원으로 도읍을 이전하려 했다. 이것이 첫 번째 죄이다. 두 번째, 한양을 천도하려는 의도 자체가 한양에 집중된 자본을 분산 시키려 했다. 물론 집권세력간의 갈등 이지만 말이다. 갈등이 표면적 이기는 하지만 분명 새로운 수도와 자본집단을 구상하려 했다. 충분히 지금 시각으로 보면 좌파임이 분명하다.
또, 고구려 장수왕이 평양으로 수도를 이전하겠다는 것은 분면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좌파다.
역사에서 배운 좌파, 차고 넘치는 좌파가 이제는 전 국민적, 국가적으로 형상되고 있음을 집권당과 좌파를 암묵적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일부 몰지각한 계층만 모르고 있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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