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보 달아난 자가 100보 달아난 자를 보고 비웃는다면 어떻겠는가?
다만 100보가 아닐 뿐이지 그것 역시 달아난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어느 날 위나라의 양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과인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웃 나라 백성들에 비해
우리 나라 백성의 수가 적습니다. 이는 무슨 까닭입니까?"
그러자 맹자는 전쟁에 비유하여 대답했다.
"한 병사가 갑옷을 버리고 100보를 달아나고, 다른 한 병사는 50보를 달아나 멈
추었습니다. 한데 50보 달아난 병사가 100보 달아난 병사에게 겁쟁이라고 비웃
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는 보의 수만 다를 뿐 달아난 자체는 똑같은 것입니다."
맹자는 50보 100보의 비유로써 양혜왕의 정치를 비판했다. 최근의 지방자치도 이와 비슷한 행태가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수차례에 걸쳐 “지방자치가 성공하려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보다 더 작은 규모에 속하는 수원시도 민주당 염태영 시장도 더 많은 권한을 지방정부가 행사해야 한다며 대규모 행사가지 열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당을 떠나서 지방자치의 수령들이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지방정부의 행태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앙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장차관을 임명할 때 국회로부터 충분히 장차관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치지만 지방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이를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관행과 그런 법률이 없기 때문에 내 사람을 검증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방 정부에도 엄연히 의회가 있으며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단체장이 임명한 사람에 대한 검증을 시도해야만 한다. 또 단체장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검증절차를 정례화 하고 시행해야 한다.
권리만 요구하고 정작 민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검증은 못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민주주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오십보백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비웃음을 면하려거든 자기 자신부터 성숙한 민주주의를 솔선수범해야 할 때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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