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행정을 하면
그것이 바로 참민주주의 거버넌스 행정일 것
수원이 자랑하는 수원화성은 세계문화유산이 맞기는 하지만 이를 이용한 도시미학은 공무원들, 그들만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궁앞 광장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건설했다. 광장의 표면에는 정조의 능행차 장면을 연출한 그림들과 그의 효사상에 대한 것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덕분에 광장에 보여야 할 어린아이들의 놀이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그저 여름철 음악문수를 이용하는 아이들뿐이다. 넓은 공간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거나 보드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 광장에 이들이 들어설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문으로 가면 웅장한 장안문이 있다. 언뜻 보기에 좋아 보이는 듯 하지만, 인도와의 연결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종로에서 북문으로 길을 가다가 동쪽으로 가려면 성문을 지나서 다시 돌아 내려와야 한다. 보행자의 권리는 도시 미관을 위해 무시됐다. 누구의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을 까 싶다.
화서문에서 이어지는 인도는 더욱 가관이다. 성 바깥쪽에 넓은 잔디공원을 만들었지만 인도는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에도 불편하고, 장애인은 인도를 포기해야 할 만큼 불편하다. 보행자위주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모양이다. 오래된 길이기에 정비는 힘들겠지만 예산의 우선순위가 보행자를 위한 일에는 밀렸나 보다 10년 간 이나 말이다.
또한, 방화수류정에서 연무대로 이어지는 인도의 복판에는 한 학교의 테니스장이 인도를 가로막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과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모두 차도로 보행해야 하지만 시는 수수방관이다. 시 관계자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우물쭈물 되기만 할 뿐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실체가 확실하지 않은 윗선 눈치 보기 바쁘다.
이제는 한술 더 떠 구청사 건물 까지 성안으로 옮긴다고 한다. 어느 고위층들의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물어보고 하자. 시민들의 이해도 구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생각만 주구장창 옳다고 하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시민들뿐이다.
그들만의 생각으로 일그러져가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 정말 민망하다. 수원·화성은 분명 좋은 문화제이다. 역사를 손으로 직접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화제 중의 하나다. 시민과 문화제가 더 잘 어울리고 더 많은 참여와 공감을 통해 이 좋은 문화제를 가꾸는 것은 결코 공무원들만의 일은 아니다. 제발 물어보고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행정을 하면, 그것이 바로 참민주주의 거버넌스 행정일 것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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