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생활 6년째 그동안 수원에서 발생한 재난은 거의 전무했다. 수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수원은 재난이 없는 안전한 도시라고 한다. 지난해 많은 눈이 왔을 때나 폭우에도 별 피해가 없었으며, 올해 사상최대의 중부지방 폭우에도 피해상황이 타 도시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덕분에 수원시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폭우로 피해를 입은 인근 지자체를 도와주기에 바쁜 편이 됐다. 자연재해로부터 수원이 안전하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에서도 증명된다. 효심이 높기로 유명한 정조 임금이 수원에 화성을 지어 어머님을 모신 것도 수원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국농업을 연구하기위해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수원이다. 오랜 시간 작물을 지켜봐야하는 특성상 자연재해로부터의 피해가 가장 없는 지역을 선정해 ‘권업모범장’을 설치 운영한 것이 수원이다. 후에 권업모범장은 한국농촌진흥청이 됐다.
농작물에 대한 연구 및 시설이 한국 기후 표준지역에 설치되어야 한다는 논리 속에 농진청은 이곳에서 100년의 역사를 함께했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남쪽지방으로 이전하게 된다.
국가균형발전은 필요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기후와 작물을 다루는 연구소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표준기후지대에서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 다른 지방에 가서 표준기후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에너지 낭비이며, 만들어진 표준기후가 자연적인 표준기후보다 이상적일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을 100년 대계도 중요하지만 이전하면 국가 농업연구에 막대한 손실을 줄 수 있는 계획은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한다. 꼭 이전해야 한다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른 지역을 선정해야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온난화로 이한 이상 기후는 갈수록 사람에게 거칠게 도전한다. 자연의 거친 도전을 막아주고 있는 것 중 인간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어막은 농산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다. 우리나라 논이 가지고 있는 물의 보관량이 댐 수천개와 같다는 결론처럼 자연재해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잘 가꾸어진 농업환경이다. 이를 연구하는 연구소의 일방적 이전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당국자가 깊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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