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고민했던 사람
전 청와대 국제담당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노무현 일가로 분류되었던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당당하게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시장에 당선됐다. 당선이후 수원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수원시 행정을 들여다보면 염 시장이 수원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흔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수원의 중심이었다가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난 행궁동 일원의 복원과 부흥을 위해 수원·화성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이곳에 행정력을 집중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다. 이는 민본을 생각하는 정치의 형태다. 재산상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지역, 낙후될 대로 낙후됐지만 각종규제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을 정비하고 발전시키려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또 행정에 있어서도 열린 시정을 보이며 ‘주민참여예산제는 이런 것이다’며 모범을 보이고 있다. 수원의 위상을 위해서도 동분서주 하면서 주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분명 염태영 시장은 상당히 좋은 시장이라고 스스로 자부해도 될 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당선자들에게 4년 이라는 족쇄는 엄청난 유혹이자 마약과도 같은 시간이다. 4년 안에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여러 민선 시장에게 치명적 유혹처럼 다가와 정치적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 유혹 앞에 흔들리고 있다. 임기 말 전에 팔달구청사를 건립하겠다는 발표나 잘 나가고 있는 수원 블루윙스 축구단을 고려하지 않은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 등 4년 내 실적 쌓기에 골몰하는 모습은 전혀 염태영 답지 않은 정치다.
적어도 염태영 시장은 이랬던 사람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줄서기에 골몰할 때, 그는 내가 시장이 되면 수원을 이렇게 발전시켜보겠다며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고민했던 사람이다.
그가 팔달구청사를 임기 내에 완공하겠다고 한다. 현재 팔달구청이 연 7억원을 내며 월드컵구장내 사무실을 빌려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입장에서 구청 이라는 것 자체에 민원의 수요가 많을 리 없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현재 있는 자리가 교통이 불편한 것도 아니다. 교통이 불편하기로 따지면 권선구청이 불편할 뿐이다.
또 하필 구청사를 4대문 안에 건설하겠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수원화성을 2020년 까지 복원 완료하겠다는 계획서에 뜬금없이 구청사 건립까지 끼어들어 문화재들이 즐비한 수원화성 한 복판에 구청을 짓겠다는 계획은 주민공청회를 거쳤어야 했다. 그것이 거버넌스 행정을 표방한 염태영시장 다운 행정이지만 그러지 못했다.
프로야구 10구단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어떤 지역 내에 프로야구단이 생기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지만 이미 잘 나가는 프로축구단이 수원을 대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축구와 야구는 같은 계절을 사용하는 운동경기다. 축구와, 농구처럼 다른 계절에 열리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동 시간대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한 프로구단이 가지고 있던 파이는 줄어들게 된다. 전체적으로 커진 프로시장의 규모가 단독으로 있을 때의 파이보다 분명 줄어들게 된다.
염 시장은 분명 좋은 시장이기는 하지만 지금 지나치게 속도를 냈다. 팔달구청이나 프로야구 10구단 같은 큰 성과물이 아니더라도 그가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좋은 시장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염 시장의 1년 반, 치명적 유혹에서 벗어난다면 수원은 사람이 반가운 도시가 틀림없이 될 것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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