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조금만 더 버티면 이런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최근 한 1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자본은 글로벌화를 강요받았다. IMF이후 우리나라의 자본들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라는 강요를 받아왔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적인 일들을 벌여왔다. 우리나라에 국한한지 않은 메이드 인 다국적 기업, 10년 만에 한국의 일부 자본들은 정치적 통제력을 벗어났다. 삼성이 그러했고 현대가 그러했다. 금융은 아직 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세계 여러 나라에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몰고 왔으며 우리나라의 은행들도 연계해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자본의 글로벌화가 이미 깊숙하게 진행됐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자본의 궁극적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것이 자본의 가장 기본적인 행태다. IMF 이후 비정규직이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 면피의 정당한 수단이 되자 자본은 해마다 수백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양산을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다.
최저임금과 비슷한 비정규직의 평균급여는 비정규직을 사회 하층민으로 몰고 가며,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어떤 일도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서민 보호를 위한 요란한 복지 구호만 있을 뿐이다. 오히려 정부산하 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을 부추긴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만큼 자본의 이윤추구는 더 극대화되고 정부가 이들의 생활보호를 위해 재정의 지출을 늘려야 하는 구조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음성적이던 양성적이던 서민에게서 나오는 정치자금이란 기업에서 발생하는 정치자금에 비해 턱없이 작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서 기업의 이윤추구 극대화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의 자본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보호받고 육성됐다. 당시 한국의 자본이라는 것은 크게 자본권력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했지만 지금은 자본권력이 정치권력과 동일선상에 있거나 그 위에 있는 권력이 됐다. 한 마디로 환경이 바뀐 것이다.
미국GM이 본토에서 장사하기 어렵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정치권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는다. 본토에서 안 되면 한국에서 그리고 러시아, 유럽에서 기지개를 펴면 되는 것처럼 우리자본도 지금은 자본의 권력을 앞세워 정치권력을 협박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빨을 드러내고 탐욕을 부리고 있다.
대형 자본을 앞세운 유통회사는 지방 곳곳까지 뿌리내리며 지방의 재화를 중앙으로 옮겨가고, 은행들도 지방의 재화와 부가가치를 중앙으로 옮겨가기만 할 뿐 지방의 경제, 문화, 자립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국민 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은행들은 더 많은 점포를 이용해 거대 자본을 굴리면서 지방 문화에 무관심하고 지방 자립에 무관심하다. PF산업마저 중단된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기 자본없이 중앙자본에 끌려 다니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다. 이런 현실에 무기력한 지방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중앙이 할 일이다”며 자신들이 정작 할 일을 모르거나 외면할 뿐이다.
글로벌 위기가 닥칠 때 마다 구조조정 또는 명퇴를 앞세워 사회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대부분 자영업을 시작하지만 성공률이 20%내외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자영업도 힘들만큼 거대자본의 지방잠식은 심각하다.
더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 되서 기업의 이윤추구가 더 극대화되고, 거대자본이 지방의 영업망을 초토화 시키는 그날까지 두 손 놓고 중앙정부가 알아서 할 일 이라고 넋 놓고 있는 지방 정치인들이여 행정만 잘한다고 하는 자화자찬의 잔치를 이제 끝내고 국민들에게 조금만 더 버티면 이런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 바란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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