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꽃 파는 처녀’와 드라마 ‘추노’

<경기리포트 칼럼>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를 핑계로
백성을 조종하려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예전에 영화 한편 때문에 각 대학마다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이 영화 한편을 강당 등에서 상영한다고 하면 수많은 경찰들이 대학을 에워싸고 최루탄 등을 쏘며 대학으로 난입한 적이 다반사 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꽃 파는 처녀’다. 북한의 3대 혁명가극으로 알려진 ‘꽃 파는 처녀’가 상영되었을 때 주의 깊게 보지는 않았다. 다만 음악의 선율이 아름다웠던 정도 이었을까. 그 정도 이었다. 영화 꽃 파는 처녀가 예술성이 있다든지 흥행에 성공할 만한 그런 요소는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이 영화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몇 가지 부정확한 팩트 때문이었다. 북한 김일성의 원작 이었다는 것과 김정일이 각색했다는 것, 그래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소중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출연했던 배우가 북한의 대표 인민배우로 추앙받을 만큼 대단했던 모양 이다.

김일성 원작에 김정일 각색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북한의 입장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도 믿기는 어렵지만 박정희 원작의 ‘잘살아보세’라는 노래를 매일 들어야 했으니 알만한 ‘꽃 파는 처녀’일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판단이었다. 영화 ‘꽃 파는 처녀’를 보고 나면 공산주의자가 또는 김일성, 김정일을 추앙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수많은 대학의 경찰 난입을 불러왔으며, 피해를 입은 대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반정부 의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시간을 현대로 돌려 2년 전 SBS 사극 ‘추노’와 영화 ‘꽃 파는 처녀’는 비슷한 내용의 전개가 있다. 꽃 파는 처녀에서의 악당은 지주와 친일파다.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꽃 파는 처녀의 가족들은 이들로 인해 가정이 파탄되고 생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로인해 주인공의 오빠는 대 항일 투쟁과 계급투쟁을 다짐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드라마 추노는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백성을 부의 도구로만 여겼던 양반들을 향해 일갈을 한다. 추노의 마지막 장면에서 도망쳤다가 잡혀온 노비가 단신으로 총 4자루를 들고 궁 안으로 쳐들어가 양반을 쏴 죽이고, 주먹을 불끈 쥐며 계급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종영을 한다.

과거 정부적 시각에서 보면 드라마 ‘추노’가 ‘꽃 파는 처녀’보다 더 불순한 내용이지만 ‘꽃 파는 처녀’는 안 되고 추노는 상영이 허락되었다. 단지 원작이 누구냐에 따라서 내용과 관계없이 국민들의 시선을 정부가 단독으로 정해 버린 것이다.

또 근래에 인기리에 상영 되었던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는 아예 반정부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정부는 문제 삼지 않았다.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왕은 왕이 아니다”라는 말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니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임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

뜬금없이 ‘꽃 파는 처녀’와 ‘추노’를 이야기 하는 것은 최근의 주사파 논쟁이 ‘꽃 파는 처녀’의 상영 논쟁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주사파가 아니더라도 통일 논쟁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북한이 원하는 연방제 방안이던 우리가 원하는 흡수통일의 방안이던 논의는 논의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통일 논의 자체가 정부의 입맛에 굳이 맞을 필요는 없다. 정부적 시각에 맞추어야만 ‘종미’가 되고 ‘종일’이 되어서 반정부 인사로 낙인 안 찍히는 그런 꼴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제 21세기 범 글로벌 지구 가족의 일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를 핑계로 백성을 조종하려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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